백화점 계약서에 ‘갑·을’ 문구 없앤다

백화점 계약서에 ‘갑·을’ 문구 없앤다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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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협력사 관계개선 앞장…사회분위기 탓?

백화점 계약서에 ‘갑·을’ 문구가 사라진다.

현대백화점은 10일부터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갑과 을은 통상 거래계약서에서 계약 당사자를 일컫는 말이지만, 점차 지위가 우월하거나 열등함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현대백화점은 설명했다.

최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갑의 횡포’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온·오프라인 계약서 작성 시 갑 대신 백화점으로, 을 대신 협력사로 바꿔 표기한다.

이와 함께 직원 매너교육도 실시한다. 임직원이 갑과 을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매월 온·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비즈니스 예절’ 강좌를 연다.

아울러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상품본부 바이어 130여 명이 매주 목요일 오후에 협력사를 방문해 고충을 듣는 ‘맨투맨 프로그램’과 상품본부팀장과 협력사 담당자 간 ‘런치 미팅’ 등 소통을 확대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사는 성장을 위한 동반자이자 동등한 파트너”라며 “사회적으로 왜곡된 뜻을 갖고 있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 업계가 협력사와의 관계개선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신세계 백화점은 2001년 7월부터 갑과 을 대신 구매자와 공급자 또는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쓰고 있다.

신세계는 이어 2003년 접대문화 근절책 ‘본인이 먹은 음식값은 본인이 지불한다’는 ‘신세계 페이’를 도입했고, 2011년 회사와 협력사에서 각 8인의 대표가 참석하는 동반성장협의회를 연 4회 연다.

지난달에는 장재영 대표 명의로 전 협력사 대표에 정기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결정했으며 문화홀 대여 등 문화분야 상생책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아직은 갑·을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고 있지만 상생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9월 점포별로 설치된 협력사 애로사항 해결창구 이름을 ‘고충상담센터’에서 ‘힐링센터’로 바꿨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조만간 강화된 운영방책을 내놓는다.

또한 처음으로 이달 중 본사와 협력사 직원이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는 ‘롤플레잉교육’을 한다. 협력사 고충을 이해하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갑을 이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진정성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관련 방안을 활발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새로 마련한 방안은 없지만 종전에도 김승연 회장의 ‘함께 멀리가자’는 경영방침에 따라 각 부문 바이어와 협력사 직원들끼리 수시로 등산대회를 여는 등 협력사와 감성소통에 힘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과 대해 “사회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이 내놓는 감도 없지 않지만,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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