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탄소년단(BTS)이 3년 9개월간의 공백을 끝으로 완전체로 컴백했다. 빅히트뮤직/넷플릭스 제공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은지 스스로한테 물어봤다. 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 자기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고 (거기에 있는) 고민, 불안, 방황까지 스스럼없이 담아내는 것. 그게 이번 앨범의 목표였다.”(RM)
세계인의 시선이 쏠린 ‘왕의 길’에서 마침내 ‘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로소 ‘완전체’로 뭉친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일곱 소년은 지난 3년 9개월의 공백을 말끔히 지우고 K팝의 황제로 등극했다. 넘치는 기대와 사랑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희가 잊히지 않을까, 여러분이 저희를 (과연) 기억해 주실까 하는 고민도 없지 않아 있었다”(제이홉)
신보 ‘아리랑’은 멤버들이 솔로 활동과 군 복무 등으로 인한 공백기 후 완전체로 선보이는 첫 번째 앨범이다. 앞서 2022년 6월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가 마지막이었다. 유행이 변화하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른 시대인 만큼 이들의 공백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 기간을 성찰로 채웠다. 나는 누구고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 고민의 결과가 ‘아리랑’이다.
글로벌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을 배경으로 마침내 일곱 멤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재킷을 입은 이들은 마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를 연상케 했다. 처음으로 선보인 곡은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였다. 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 공연을 시작한 건 무척 의미심장하다. 곡 후반부에 샘플링으로 민요 아리랑이 들어가 있어서다. 이날 공연에서는 실제 국악인들이 나와 무대를 장식했다. 우리만의 아리랑이 전 세계인의 귀에 가닿는 순간이었다.
‘훌리건’(Hooligan), ‘2.0’ 등의 신곡들을 연이어 불렀다. 음악이 멈추자 멤버들은 객석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지민은 “일곱 명이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울컥하고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광화문광장을 이렇게 가득 채워주실 줄은 몰랐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멤버들이 말하고 있는데, 익숙한 곡이 흘러나왔다. 히트곡인 ‘Butter’의 멜로디였다.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본격적으로 즐겨봐야겠죠!”하는 멘트와 함께 공연이 이어졌다. ‘Butter’ 다음으로는 ‘MIC DROP’이 나왔다. 2017년 공개된 곡으로 데뷔 초기 BTS의 강렬한 저항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기들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다짐이 묻어나오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날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곡을 고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린 날의 치기 어린 다짐을 마침내 실현했다는 데서 나오는 자부심이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음악을 내고 공연하고 아미한테 예쁜 모습 보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에게 이 곡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뷔의 멘트와 함께 신보의 타이틀곡 ‘스윔’(Swim)이 흘러나왔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 BTS가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 빅히트뮤직/넷플릭스 제공
1시간 남짓했던 공연은 무척 짧게 느껴졌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영상 내내 현장의 함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윔’에 이어 ‘라이크 애니멀’(Like Animal), ‘노말’(Normal)을 연이어 소개한 뒤 어느덧 공연을 끝낼 때가 됐다. BTS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곡을 하나만 꼽자면 무엇일까. 국내외 차트를 휩쓸며 K팝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달성했던 ‘Dynamite’일 것이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 곡과 함께 보랏빛 열기가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대로 끝낼 거야? 소우주 한번 하자!”(RM)
노래가 끝나고 멤버들이 마치 들어가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RM이 이렇게 말했다. RM은 공연 전 발을 다친 탓에 이날 공연에서 깁스를 하고 무대를 앉아서 소화했다. 멤버들이 무대 뒤로 나가려고 하자 RM은 “나 여기 두고 갈거야?”라며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그리고 바로 앙코르곡을 불렀다. ‘소우주’(Mikrokosmos)였다. BTS의 대표곡 중 하나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별이자 그 안에 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다는 곡으로 아미(BTS 팬덤)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다.
공식적으로 마련된 좌석은 2만 2000석이지만 이 좌석을 둘러싼 펜스 바깥에서도 팬들은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며 공연 내내 ‘떼창’을 이어갔다. 스마트폰으로 공연 실황을 보며 함께하는 관객도 있었다. 앙코르곡과 함께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연은 이날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오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예고편에는 “우리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멘트가 담겼다. “촌놈”들은 어떻게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을까. ‘촌스러운 것’은 어떻게 세계적인 것이 됐을까. 화려한 무대 뒤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듯하다.
글로벌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외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BTS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점을 전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화와 정체성의 위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AFP는 “한국의 메가스타 BTS가 약 4년 만에 첫 무대를 펼치며 서울에서 수많은 관중을 열광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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