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끓여준 곰탕이 메달 보약”

“감독님이 끓여준 곰탕이 메달 보약”

입력 2012-08-08 00:00
수정 2012-08-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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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철, 복싱男 라이트급 銅 확보

“런던에서 내내 감독님이 직접 끓여준 곰탕 덕에 이겼어요.”

한순철(28·서울시청)은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 얼굴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해주세요. 그런 분이 세상에 어딨어요. 그 보답으로 꼭 이기고 싶었어요.” 감독의 믿음, 집에서 애타게 승리를 기다리고 있을 부인 임연아(22)씨와 두살배기 딸 도이, 그리고 16강에서 좌절한 후배 신종훈(23·인천시청)의 이름으로 한순철이 해냈다.

●“이겨야 軍문제 해결… 목숨 걸고 링 올라”

한순철
한순철
그는 6일(현지시간)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남자 라이트급(60㎏) 8강전에서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를 16-13으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복싱은 3, 4위 결정전이 없어 준결승에만 오르면 최소한 동메달이 주어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체중 조절 실패로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은 한순철은 두 번째 도전에서 꿈에 그리던 메달을 땄다.

노련미에서 상대를 앞섰다. 2010년 러시아 포펜첸코 국제복싱대회에서 가이브나자로프에게 이긴 적이 있는 한순철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라운드에서 상대 공격 때 왼손 가드가 내려가는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얼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넣는 작전으로 포인트를 쌓아 7-5로 앞섰다. 2라운드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키와 리치(팔을 뻗쳐 닿는 거리)를 활용해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13-9까지 달아났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공격하는 척하다 빠지는 전술로 리드를 유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지면 아내·딸 어떡할래” 감독이 투지 북돋워

환하게 웃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한순철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기쁘다. 마지막에 주심이 내 손을 들어주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들어올 때 스트레이트로 맞선 전략이 주효했다. 3라운드 중반 승리를 예감했다.”는 한순철은 “목숨을 걸고 링 위에 올랐다. 오늘 이겨야 군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가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순철은 이번에 메달을 따지 못하면 혼인신고만 하고 예식을 올리지 못한 부인과 어린 딸을 두고 군 입대를 해야 할 처지였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승배 감독은 “네가 지면 아내는 어떡할래? 딸은 어떡할래?”라고 자극하며 투지를 북돋웠다.

●8강 좌절 신종훈도 “내 몫까지…” 응원

24년 만의 금맥을 뚫어줄 0순위로 꼽혔지만 16강에서 아쉽게 떨어진 신종훈도 한순철이 짊어진 짐이다. 이날 선배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직접 찾은 신종훈이 “내 몫까지 꼭 이겨줘.”라 했다고 전하며 한순철은 “같이 나와서 같이 메달을 따면 좋았을 텐데…. 종훈이를 대신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고 했다.

한순철은 11일 오전 5시 15분(한국시간)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리투아니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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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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