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내리고 엄마는 못 내렸는데 출발한 버스

아이만 내리고 엄마는 못 내렸는데 출발한 버스

입력 2017-09-12 23:36
수정 2017-09-1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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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류장서 내려 아이는 찾아

승객 “아이 혼자 내려” 외침 무시 ‘240번 버스기사 신고 글’ 논란
기사 딸 “울부짖었다는 표현 과장…아버지 승객에게 욕한 적 없다”
서울시 “당사자가 사과할 예정”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홀로 버스정류장에 내린 7세 여자아이를 방치한 채 미처 내리지 못한 아이 어머니를 태우고 출발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40번 버스기사를 신고한다’는 내용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27분쯤 중곡차고지 방향으로 향하던 대원교통 240번 버스는 ‘건대역’ 정류소에 정차했다. 아이가 버스에서 내린 뒤 버스 뒷문이 닫히는 바람에 어머니는 내리지 못했다. 어머니와 다른 승객들은 버스기사에게 정차하라고 외쳤지만 기사는 그대로 운전해 다음 정류소에서 문을 열어 줬다. 버스 기사가 뛰어가는 아이 어머니를 향해 큰 소리로 욕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12일에는 버스기사를 향한 비판이 확산됐다. 서울시는 해당 버스 기사에게 경위서를 제출받고, 버스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버스기사는 경위서에서 “퇴근 시간대에 버스가 매우 혼잡해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40번 버스는 사건이 일어난 건대역 정류소에 16초 정도 정차한 뒤 출발했다. 이때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0여명의 승객이 하차했다. 아이를 따라 어머니가 내리려 했지만 버스 안이 혼잡해 어머니는 문까지 가지 못했다. 그 사이 출입문이 두 차례 열렸는데도 어머니는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버스기사는 출발 후 10m를 지나 4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했을 때쯤 어머니의 하차 요청을 인식했다. 운전기사는 안전을 위해 운행 도중 멈추지 않고 270m를 더 운전해 다음 정류소에서 정차했다. 어머니는 다음 정류소에서 울면서 내린 뒤 건대역 정류소로 달려가 먼저 내린 아이를 품에 안았다.

서울시는 “버스 기사가 당사자인 아이 어머니에게 사과할 예정”이라며 “버스 업체 또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민들께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버스운행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 시행규칙상 승객에 대한 친절 의무를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처분은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김정윤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위반 여부를 확인하려면 추가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당사자인 아이의 어머니가 직접 시에 전화를 걸어 더이상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에는 해당 버스기사의 딸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글을 올려 사건 정황을 반박했다. 이 글에는 “아이 어머니가 울부짖었다고 쓰여 있으나 과장된 표현이며, 저희 아버지는 승객에게 욕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담겼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서울시버스노조 대원교통지부 김성인 위원장은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승객이 내리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성격상 남에게 뭐라고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 아니다. 본인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운전기사가 욕설을 했다는 것은 전혀 잘못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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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7-09-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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