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디자인 바꾸면 강력범죄 71% 준다… “24시간 감시 시그널 줘야”

동네 디자인 바꾸면 강력범죄 71% 준다… “24시간 감시 시그널 줘야”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3-08-27 18:22
수정 2023-08-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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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범죄예방환경디자인 ‘셉테드’ 적용 예산 2배 증액 추진

공원 출입구에 문… 곳곳에 표지판
숲 체험장 조성·둘레길 코스 개발
셉테드 사업지 5대 범죄 감소폭 커
장소 물색 잠재 범죄자 막기 효과
범죄예방 강화, 이웃동네까지 영향

서울 은평구 구산동 산자락에 있는 근린공원. 내부 시설은 낡고 둘레길 주변에 폐차와 빈집이 방치돼 있으며 우거진 관목이 많았다. 넓은 부지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고 보안등, 폐쇄회로(CC)TV도 드물어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 큰 곳이었다. 서울시는 2019년 이곳을 ‘거북골 근린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셉테드)을 적용해 개조했다. 공원 주 출입구에 문을 세우고 산책로와 현 위치를 알려 주는 종합안내 표지판을 곳곳에 세웠다. 버려진 화단은 숲 체험장으로 꾸며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모이게 하고 걷기 전문가와 함께 둘레길 코스를 개발해 오전부터 저녁까지 공간이 방치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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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환경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거북골 근린공원. 주 출입구에 문을 세우고 숲체험장을 조성해 공간이 방치되지 않도록 했다. 은평구 제공
범죄예방환경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거북골 근린공원. 주 출입구에 문을 세우고 숲체험장을 조성해 공간이 방치되지 않도록 했다.
은평구 제공
관악구 신림동 공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둘레길, 산책길처럼 개방된 지역도 셉테드 대상에 포함시키고 관련 예산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셉테드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킴으로써 범죄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행정을 뜻한다.

시는 지난 2012년 마포구 염리동과 강서구 공진중학교를 시작으로 범죄예방디자인을 본격 도입했다. 12년간 139억원을 투입해 71곳의 환경을 개선했다. 1인가구 밀집 지역인 관악구 행운동,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인 서대문구 홍은1동, 방치된 산책로(성동구 용답동 등), 노인거주 밀집 지역(강동구 천호동) 등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범죄 예방효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9년 3곳의 셉테드 사업지의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구산동은 절도 범죄가 전년도 대비 44.4% 감소했고 성동구 금호2·3가동과 강동구 천호2동의 폭력범죄는 각각 71.4%와 4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전체적으로 범죄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3곳의 5대 범죄 감소폭이 서울시 평균을 웃돌아 셉테드의 효과가 유의미하다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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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환경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거북골 근린공원.  은평구 제공
범죄예방환경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거북골 근린공원.
은평구 제공
범죄 예방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이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만 줘도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충동적인 정신질환자 등에 의한 무차별 범죄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합리적’ 범죄자는 붙잡히지 않으려고 미리 범행 장소와 대상을 물색하는데, 이들을 막으려면 셉테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박준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A라는 동네가 범죄 예방 조치를 강화하면 이웃 B동네의 범죄율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욕구가 떨어지고 결국 범행을 단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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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인구·지리적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자치구가 셉테드 도입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부원장은 “범죄예방 시설을 갖춰 놓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구대, 자율방범대 등 인적자원이 지역을 늘 감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예방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3-08-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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