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휠체어 하나도 비좁은 ‘서울 지하철역 엘베’...16개역 국토부 규격 미달

[단독] 휠체어 하나도 비좁은 ‘서울 지하철역 엘베’...16개역 국토부 규격 미달

최영권 기자
입력 2022-05-03 18:09
수정 2022-05-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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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망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 설치된 승강기 앞 통로. 폭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승강기 규정에 50㎝가 모자란 100㎝로 조사됐다. 서울교통공사는 3일 9호선의 경우 2006년 설계 승인을 받아 2008년 만들어진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영권 기자
지난달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망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 설치된 승강기 앞 통로. 폭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승강기 규정에 50㎝가 모자란 100㎝로 조사됐다. 서울교통공사는 3일 9호선의 경우 2006년 설계 승인을 받아 2008년 만들어진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영권 기자
지난달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추락사한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정한 승강기 규정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3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국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및 유효공간’ 자료를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역 중 국토부 기준에 미달한 승강기는 16개역 18개로 조사됐다. 이 승강기들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승강기를 타고 내릴 때마다 휠체어를 제대로 돌려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다. 국토부 기준은 가로(1.5m), 세로 (1.5m)를 적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 출장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역을 찾는 척수장애인 노태형(38)씨는 “지하철에서 내려 KTX역으로 갈 때는 휠체어를 제대로 움직일 공간이 없어 후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한다”면서 “엘리베이터 앞과 안쪽 공간도 모두 좁아 승강기 이용객이 몰릴 때는 양보를 하느라 두세 번 만에 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동 휠체어보다 폭이 더 넓은 전동 휠체어를 타는 함정균(50)씨도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휠체어를 돌려나갈 수가 없어 후진하다가 휠체어가 기울어지거나 바퀴가 꺾여 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9호선 양천향교역과 고속터미널역의 승강기도 앞 유효공간의 폭이 규정보다 50㎝ 모자란 100㎝로 조사됐다. 층수를 누르는 버튼 역시 승강기 입구에만 설치돼 있고 승강기를 탄 이후에는 조작할 수 없어 이 역시 지침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휠체어리프트 역시 국토부 규정에 미달된 1.25m였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휠체어리프트 역시 국토부 규정에 미달된 1.25m였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옆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역시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7호선 이수역의 휠체어리프트는 계단 위쪽에 도착했을 때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유효공간의 폭이 각각 1.25m와 1.28m로 기준치에 미달했다. 특히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리프트를 타고 계단 위쪽에 도착했을 때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의 폭이 매우 좁아 다른 보행자가 있으면 이동이 불가능해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시설 개선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교통공사도 규격보다 좁은 1호선 예술회관역 승강기 앞 공간을 올해 안에 넓히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강기 앞 유효공간을 확보하고 조작패널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지침을 미달한 데 대해서는 “규격에 맞지 않는 지하철 승강기는 설계가 2006년 승인돼 2008년 만들어진 국토부 행정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5호선 올림픽공원역 앞 공간은 세로 길이 1m로 2012년 설치됐음에도 기준에 미달됐다.

홍윤희 장애인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비장애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뒷걸음질로 내릴 수 없듯이 휠체어도 돌려야 이동할 수 있다”면서 “전동 휠체어 등 크기가 큰 휠체어는 승강기 안과 밖에 유효공간이 충분치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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