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 “전두환 편안한 죽음은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부끄러움”

광주 시민들 “전두환 편안한 죽음은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부끄러움”

최종필 기자
최종필 기자
입력 2021-11-23 14:47
수정 2021-11-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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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법적·역사적 책임 묻지 못해 원통”

국가장·국립묘지 안장 반대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서 사망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서 사망 전두환씨가 23일 별세했다. 90세.
지병을 앓아온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사진은 올해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연희동 자택을 나서는 전씨. 2021.11.23.
연합뉴스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소식에 광주 시민들과 광주 5·18 단체들은 “법적·역사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씨가 죽더라도 5·18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씨는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계속되는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기망하고 반성과 사죄는 커녕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며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지적했다.또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오월 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만고의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살아 생전 본인이 저지른 죄를 사죄받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스스로가 걷어찼다”며 “역사의 심판은 끝나지 않은 만큼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규연 5·18 구속부상자회장은 “5·18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전씨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떠나 원통하다”며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반성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는데 그런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난 전씨를 비난했다. 송선태 위원장은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으나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고통을 가중 시켜왔다”며 “전 씨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군부 핵심인물들은 더 늦기 전에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5·18을 능멸하고 죽은 학살자 전두환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광주는 학살자 전두환의 편안한 죽음에 분노한다”며 “자신의 권력과 이권을 위해 시민들을 학살하고, 반대자들을 감옥에 가뒀던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부끄러움이다”고 했다. 이 단체는 “민주적 헌정질서 파괴자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면서 “독재자의 재산을 몰수하고, 5·18정신을 대한민국 헌법정신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권은 하루 빨리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합의하고, 여전히 왜곡과 폄훼가 끊이지 않는 5·18의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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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도 역사에 죄를 짓고서도 한마디 반성 없이 떠난 모습에 아쉬움과 분노심이 든다는 표정들이다. 시민들은 많은 희생자를 낸 광주항쟁의 책임자를 밝혀내는 일은 영영 물거품이 된게 아닌가라는 허탈감을 보였다. 박모(52)씨는 “역사에 큰 죄를 짓고 간 사람이 아무런 처벌 없이 90살 동안 살다가 간 사실에 분노만 치민다”고 했다. 이모(61)씨는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도 시일이 지연되면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역사적 의미는 있지만 법률적으로 5·18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죄에 대해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채 마무리 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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