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선 대통령에 연좌제하냐”…부친 친일 안내문에 주민 반발

“윤보선 대통령에 연좌제하냐”…부친 친일 안내문에 주민 반발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11-09 14:17
수정 2021-11-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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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한 대통령에게 ‘친일파’로 연좌제하는 거냐”(주민들) “가옥을 관광자원화하면서 그 집에 살았던 인물들 설명을 뺄 수 있느냐”(민족문제연구소)

윤보선 전 대통령(1897~1990) 생가 등 윤씨 집성 가옥에 ‘친일행적 안내문’ 설치하는 것을 놓고 마을 주민들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10일 둔포면 신항리 윤 전 대통령 생가 옆 마당에서 ‘해평윤씨 일가 친일행적 안내문 설치‘ 주민설명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커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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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생가 마을 주민들이 부친 등의 ‘친일행적 안내문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제공
윤보선 생가 마을 주민들이 부친 등의 ‘친일행적 안내문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제공
신항리 1구 이장 임춘길(63)씨는 “윤 전 대통령은 20대 때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여운형 등과 독립운동을 했다”면서 “우리 마을 해평윤씨 가옥 전체를 윤보선 생가처럼 생각하는데 조상 중 친일파가 있다고 해서 그런 안내문을 설치하면 윤 전 대통령이 그런줄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씨는 “헌법이 연좌제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임기가 짧지만 충청도 유일의 대통령으로 주민들 자부심이 컸는데 스스로 먹칠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생가 주변에 반대 플래카드를 수십개 내걸기도 했다.

이는 아산시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비 등 20억원을 들여 ‘윤보선대통령기념관’ 등 근대문화마을 조성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업계획에 안내문 설치는 없었으나 지난해 12월 충남도의회 친일잔재청산 특별위원회에서 자문위원들이 건의했다. 2009년 국가지정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보고서’에 해평윤씨 5명이 올라 있고, 이 중 일제강점기 때 중추원 고문 등을 지낸 윤치호와 윤 전 대통령의 부친으로 중추원 참의를 지낸 윤치소 등 친일파 4명이 이곳 근대문화마을 가옥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충남 아산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아산시 제공
윤 전 대통령 생가는 윤치소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은 부친의 막대한 재산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정치활동도 해 대통령이 됐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로 1년 5개월 만에 하야했다.

임씨는 “몇년 전까지 생가를 방치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아무나 주차해 방문객들이 ‘외암민속마을처럼 관리하지 않고 왜 방치를 하느냐’고 불평했다”며 “문화마을 조성으로 그나마 관리가 잘 되는데 친일행적 안내문을 설치하면 어찌 하느냐”고 반문했다. 신항 1구에는 100 가구, 230여명 주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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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봉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장은 “역사에는 명과 암이 있는 거 아니냐. 윤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유치호 등 친일파들이 태어난 마을인데 모든 인물의 행적을 방문객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안내문이 설치돼야 문화마을사업이 끝나는 만큼 시에서 주민들을 적극 설득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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