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 서영남씨가 말하는 코로나19 노숙인과 나눔의 의미

민들레국수집 서영남씨가 말하는 코로나19 노숙인과 나눔의 의미

박찬구 기자
입력 2021-02-23 17:50
수정 2021-02-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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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제일 힘들어 하는 건 외로움”
“컵라면 뜨거운 물 초자 얻기 어려워져”
군산교도소 50대 무기수 재난지원금 보내와
“어려운 사람들 위해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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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립 무료급식장 ‘따스한 채움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도시락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립 무료급식장 ‘따스한 채움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도시락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코로나19 유행으로 노숙하는 사람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건 외로움입니다. 컵라면을 먹을 뜨거운 물조차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식당 ‘민들레국수집’을 꾸리고 있는 서영남(사진·67)씨는 2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뜨거운 물이라도 얻을 수 있어 노숙인들이 힘들더라도 버텼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무척 외로워한다”고 전했다. 서씨는 2003년 4월 인천 동구 화수동에 민들레국수집을 차려 19년째 하루 200~300명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지금은 도시락에 컵라면, 건빵, 김, 국, 마스크까지 하루를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꾸러미를 만들어 제공한다.

그는 노숙인들이 코로나19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이 높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오히려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했다. 그는 “가진 게 없어 클럽이나 술집에도 못 가고 종교시설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거의 외부에서 생활하니 코로나에 걸릴 염려도 없다”고 했다. 최근 서울역광장 노숙인 시설에서 노숙인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노숙인이 코로나를 전파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코로나에서 안전한 사람을 가장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서씨는 “노숙인들은 사람들이 곁을 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 그게 제일 힘들고 외롭다고 한다”면서 “먼저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 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 도시락 받으러 왔다가 동네를 청소하고 쌓인 눈을 치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천주교 수사 출신인 서씨는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무기수나 무의탁 출소자를 찾아가 돕는 일을 했다. 소중한 인연도 쌓였다. 최근에는 군산교도소에 있는 50대 무기수가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상품권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며 민들레국수집으로 보내왔다. 그 인연을 서씨는 “놀랍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나눔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모 그룹 회장 부부 사례를 들었다. 10여년 전 이 부부가 민들레국수집을 방문해 그룹 차원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생색내기나 겉치레식 후원으로는 “사랑이 빠져 버리고 상대편은 단지 도움의 대상으로만 남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회장 부부는 틈틈이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설 연휴 때도 여분의 돈이 조금 생겼다며 후원금을 보내왔다. 그는 “선의의 희생과 사랑으로 이웃을 도와야만 올바른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상대편은 나보다 더 귀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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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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