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전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 메시지

박원순, 사망 전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 메시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2-30 12:27
수정 2020-12-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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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움직임 인지 후 긴박했던 당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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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시민단체 관계자·국회의원 등 통해 간접적 인지
피해자 지원단체는 구체적 내용 끝까지 함구
고소 이후에도 ‘피소 사실’ 자체는 인지 못한 듯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인지하고 집을 나선 뒤 사망하기 전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러 사람을 거쳐 서울시 젠더특보를 통해 전달된 뒤 박 전 시장 주변 상황이 시시각각 긴박하게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이 지난 7월 8일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를 통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성추행 고소 접수 하루 전인 7월 7일 피해자 측 변호인은 여성단체 대표 A씨에게 연락해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고소 예정 사실을 알리며 피해자에 대한 단체의 지원을 요청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21일 새벽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성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7.21.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21일 새벽 조사를 마친 후 서울 성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7.21. 연합뉴스.
당시 변호인은 고소 예정 사실 외에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가 7일 오후 2시 37분쯤이었다.

A씨는 공동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시민단체 대표 B씨와 오후 8~9시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다음날인 7월 8일 B씨는 같은 단체의 공동대표 C씨와 통화를 했고, 이후 C씨는 친분이 있던 국회의원 D씨와 통화를 했다.

D 의원은 통화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 33분쯤 임순영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박 전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 통화 직후 임순영 젠더특보는 변호인이 지원을 요청했던 A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A 대표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지로 답변한 것 외에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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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이송
박원순 서울시장 이송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10일 새벽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0.7.10 연합뉴스
이날 임순영 특보는 이 문제에 온종일 매달렸다.

같은 날 낮 12시 10분쯤 다른 단체 공동대표 C씨와 D 의원으로부터 “C씨가 통화를 원한다”는 문자를 받은 뒤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C씨는 임순영 특보에게 “여성단체가 피해자 변호인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당시 이 변호인은 피해자가 4월 겪었던 서울시장 비서실 남자직원의 성폭행 사건도 맡고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피해자 측의 움직임을 전해들은 임순영 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이를 알린 것은 이날 오후 3시쯤이었다.

임순영 특보는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과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이야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것이 있으시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답했다.

이에 임순영 특보는 재차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일과가 끝나고 박 전 시장은 임순영 특보를 오후 11시까지 공관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공관으로 가기 전 임순영 특보는 오후 10시 43분쯤 시민단체 A 대표에게 다시 전화해 “무슨 일인지 좀 알려달라”고 물었지만 A 대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공관에서 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박 전 시장을 만난 임순영 특보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A 대표와 통화를 했는데, 단체들이 대책위 구성 등 무슨 일을 꾸렸는지 말해주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성폭행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시장이 언급한 ‘문제의 문자’ 내용에 대해 검찰은 본건 수사와 무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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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밤이 지나고 9일 오전 7시쯤에도 임순영 특보는 A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순영 특보는 “구체적인 내용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상담을 하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인지만 알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피해자는 이미 전날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9일 오전 2시 30분쯤까지 피해자 조사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즉, 임순영 특보는 당시 이를 모른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알아본 것이었다.

A 대표는 여전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하고 통화를 마친 뒤 곧이어 “내가 이제 관련인이 됐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9일 오전 9시쯤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고한석 당시 비서실장을 독대했다. 앞서 이날 새벽 임순영 특보가 지금까지의 경과를 고 실장에게 전한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뭔가 하려는 것 같다. 이것이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오전 10시 44분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이후 오후 1시 24분쯤 임순영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때 박 전 시장은 공관을 나선 뒤 북악산 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15분 뒤인 오후 1시 39분쯤 고 전 실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고, 오후 3시 39분쯤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경찰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은 2014년 5월 통화하는 박원순 전 시장의 모습. 박원순 전 시장이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는 아이폰 신형 모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0.7.14 연합뉴스
경찰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은 2014년 5월 통화하는 박원순 전 시장의 모습. 박원순 전 시장이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는 아이폰 신형 모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0.7.14 연합뉴스
검찰은 박 전 시장을 비롯해 관련자 23명의 휴대전화 총 26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박 전 시장과 임순영 특보의 휴대전화 2대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텔레그렘 내역 중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 심경이 드러난 메시지에서는 삭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서울중앙지검과 청와대, 경찰 관계자 등을 모두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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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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