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맨 끝쪽, 쪽방촌

세상 맨 끝쪽, 쪽방촌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17 22:30
수정 2020-12-1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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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한파… 지원도 끊겨 힘겨운 겨울나기

널빤지 하나가 벽
자가격리 하나 마나
난방 끊겨 ‘길바닥’
음식 배달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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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1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강추위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1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한낮 기온마저 영하권에 머물던 17일 서울 용산구의 동자희망나눔센터 앞, 쪽방촌 주민 100여명이 1m가량 거리를 둔 채 한 줄 서기를 하고 있었다.

긴 줄의 끝자락에선 센터 직원들이 후원품으로 들어온 컵라면 한 상자와 내복 한 벌을 나눠 주고 있었다. 이날 700상자가 지급됐지만 이승언(75)씨 몫은 없었다. 이씨 역시 3.3㎡, 한 평도 안 되는 쪽방에 살지만 서울시가 정한 쪽방밀집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라면 한 봉지도 받지 못했다.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선 이씨 뒤를 쫓았다. 그의 안내로 쪽방에 발을 내디뎠다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방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중앙난방이라 주인집이 난방을 켜 줘야 하는데 이렇게 추워도 잘 안 틀어 줘.” 쪽방의 반을 채운 책과 짐을 빼면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공간만 남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매월 나라에서 65만원을 받는다. 월세 23만원을 빼고 나머지 42만원으로 식비, 휴대전화비, 약값을 해결한다. 서울역 인근 무료 급식소는 그의 유일한 외식 장소였지만 얼마 전부터 노숙인만 이용할 수 있게 바뀌면서 갈 수 없게 됐다.

51년째 쪽방 생활을 했다는 이씨는 “겨울이 두렵다”고 했다. 내복과 방한복을 껴입어도 냉골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뼛속까지 스민다. 몸도 씻을 수 없다. 공동 샤워장에는 찬물만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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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이승언씨가 얼음장 같은 1평 남짓 쪽방에 앉아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이승언씨가 얼음장 같은 1평 남짓 쪽방에 앉아 있다.
추위와 열악한 위생으로 몸이 쇠약해진 탓인지 지난달 1일엔 길거리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전날인 16일 오후 9시쯤 찾아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쪽방촌의 사정도 비슷했다. 1994년부터 그곳에 살았다고 말하는 박모(71)씨와 딸 송모(49)씨의 입에선 허연 입김이 나왔다. 모녀는 집에서도 외투를 벗지 않았다. 모녀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사회복지단체에서 후원해 준 연탄에 의지하며 산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선지 아직 연탄을 준다는 연락이 없네요. 지난해 받은 연탄 아껴서 써야 해요.”

낡은 널빤지 하나를 벽으로 600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쪽방촌은 코로나19가 좋아하는 ‘3밀’(밀폐, 밀접, 밀집) 공간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안봉태(58)씨의 집은 앞뒤 양옆으로 이웃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감염이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안씨는 “걱정돼도 방법이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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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사는 주민 박모씨가 연탄을 갈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사는 주민 박모씨가 연탄을 갈고 있다.
구룡마을에는 배달 음식조차 오지 않는다. 미로 같은 구조에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이 많다 보니 배달원도 “배달 음식을 먹고 싶으면 마을 입구까지 나와 가져가라”고 말한다.

빈민활동가 박승민씨는 “지난 9월 말쯤 동자동에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확진자와 접촉한 분들이 자가격리 권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며 “쪽방촌 주민들은 자가격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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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12-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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