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민간 무료급식 중단되자 노숙인들 공공급식소로 몰렸다

코로나19로 민간 무료급식 중단되자 노숙인들 공공급식소로 몰렸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15 18:35
수정 2020-12-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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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15일 서울역 광장 앞 계단에 놓은 기념물. 이들은 매년 동짓날 즈음 노숙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열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42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15일 서울역 광장 앞 계단에 놓은 기념물. 이들은 매년 동짓날 즈음 노숙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열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코로나19로 민간·종교 단체의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되면서 풍선효과로 공공급식소에 저소득층이 몰려 결식(缺食) 인구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노숙인을 구별할 수 있는 전자출입증을 발급해 무료 급식 수요를 인위적으로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42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15일 서울역광장에서 서울시의 부실한 홈리스 급식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현숙 서울시 인권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가 노숙인 급식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돈이 없어서 이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겠다며 무선인식카드(RFID) 형식의 회원증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그 안에서 또 차별하고 구별짓기해 모멸감을 주겠다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15일 서울역광장 앞 계단에 길거리에서 숨진 300명의 노숙인을 추모하는 편지를 놓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15일 서울역광장 앞 계단에 길거리에서 숨진 300명의 노숙인을 추모하는 편지를 놓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시는 지난 9월 초 ‘노숙인 등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급식을 ‘노령 연금을 수여받지 않는 65세 미만인 자’, ‘노숙인복지법 상 노숙인 등에 해당하는 자’로 축소하고 조식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중순에는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노숙이력 조회’와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 등재’를 전제하는 RFID카드를 발급했다. 민간 무료 급식 시설이 줄어들며 공공급식소로 몰린 사람들 가운데 ‘쪽방촌 거주민과 65세 이상 노인’을 제외시켜 강제로 무료 급식 수요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서울시는 전자회원증 제도를 연말까지 유예했지만 결국 강행하여 영구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개소한 서울역 인근 ‘따스한 채움터’ 무료급식소는 민간 종교 사회복지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따스한채움터는 노숙인복지법 상 노숙인시설이 아니고 식품위생법 상 급식시설도 아니다”라며 “이 곳이 근거하고 있는 법률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뿐인데도 종교 예배를 강요한다”고 했다.

2011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 제11조(급식지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 등에게 필요한 급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숙인 급식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노숙인 급식 시설의 설치·운영·지원기준 등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령에는 노숙인 급식시설은 식품위생법 제88조제1항에 따라 신고된 집단급식소여야 하고, 노숙인의 급식시설의 설치·운영 기준은 식품위생법 제88조제4항에 따른 집단급식소의 설치·운영기준을 따른다고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가 민간에 노숙인급식시설을 수탁하면서 법의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홈리스행동 등 42개 단체로 이루어진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15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홈리스 부실급식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홈리스행동 등 42개 단체로 이루어진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15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홈리스 부실급식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이날 홈리스행동이 공개한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본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이용실태 및 전자회원증 발급조치’ 보고서에는 ‘노숙인복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는 노숙인급식시설은 전국을 통틀어 4곳 뿐이고, 그마저도 서울 3곳(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구세군브릿지종합지원센터, 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 등 전부 수도권 지역에 있다고 나온다. 노숙인들은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민간·종교 단체의 자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노숙인의 인권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할 정부가 민간의 선의에 모든 것을 맡기다보니 노숙인들의 인권은 수시로 침해되고 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노숙인 인권실태조사에는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종교 단체 행사에 참요할 것을 강요하기 △비위생적 음식 관리 △사람이 먹기 힘든 음식을 제공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배식을 받고 모여서 먹게 함 등이 인권 침해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15년이 흘렀지만 불행히도 여전히 인권위가 지적한 현실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필립 알스톤 UN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 보고관이 UN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복지 지원이 디지털화되면서 지원의 대상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반민주적 경향에 대해 지적한 내용을 인용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은 피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제시되곤 한다. (복지의 디지털에 관한) 결정은 현실에서 정교한 비용 편익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 자주 결정된다. 디지털화 결정은 정부 장관이나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떤 협의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잠재적으로 공적인 정책에 대한 생각보다는 본질적으로 행적인 문제라는 이유로 시도된다.” 급진적인 디지털화는 공무원들의 행정적인 편의를 늘리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제시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홈리스추모제기획단은 매해 동짓날즈음 열리는 홈리스추모제는 올해는 코로나19여파로 오는 21일 비대면 영상 중계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단, TBS 본사 전격 방문… 신임 대표 비롯한 현장 직원 목소리 들으며 ‘정상화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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