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박원순 사망에 “‘네 미투 때문에’ 메시지 쏟아져 힘들다”

서지현, 박원순 사망에 “‘네 미투 때문에’ 메시지 쏟아져 힘들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7-13 16:19
수정 2020-07-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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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서지현 검사 29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위 주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9.1.29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한 마디 하는 것도 어렵다”며 당분간 침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온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면서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면서 “‘함께 조문을 가자’,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 냈으니 책임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지현 검사는 “한 마디도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 말하는 분도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부러움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메시지는 더더욱 쏟아졌다”면서 “어떤 분들은 고인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이, 무죄 추정의 원칙도 모르고 ‘명복을 빌 수 있는 게 부럽다’는 소릴 하냐고 실망이라 했다”고도 전했다.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됐으면 어땠겠냐”는 메시지도 받아서 검사는 “저에게는 그리 저를 욕할 수 있는 것조차 얼마나 부러운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됐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고 했다”면서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 해 봤겠냐”고도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 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 보지 않았을까봐, 이 일이 어떤 트리거가 됐는지 알지 못한 채”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권력 누리겠다는 게 아니다…위태위태 매달려 있는 것”서지현 검사는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며 도착하는 개인 메시지는 대부분 능력 밖에 있었고,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아냥을 받고 의절을 당하기도 했다”면서 “성직자의 부탁을 거절 못 해 가졌던 만남으로 지탄을 받고, 언론사와 분쟁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말을 해온 것 같다”며 후회했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 7. 13.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 7. 13.
사진공동취재단
서지현 검사는 “제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것이 제가 가해자와 공범들과 그 편을 드는 이들 위에 단단히 자리잡고 서서 권력을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죽을힘을 다해 위태위태 매달려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라며 체념하듯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힘들다 말하려는 것도, 누굴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면서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떠나 있겠다…세상은 끔찍하다”서지현 검사는 “이 와중에 ‘웰컴 투 비디오’ 손정우를 위험하게 하면 저도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인지 걱정인지 모를 메시지, 기자들의 취재 요청 등 모든 것은 제가 자초한 일이고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페이스북은 떠나 있겠다”면서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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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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