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차별·혐오 표현 금지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헌재 “차별·혐오 표현 금지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2-09 09:16
수정 2019-12-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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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혐오 표현, 학생들 인격·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

기독교학교 교장 등 ‘반동성애 못 가르친다’ 헌법소원
헌재 “차별·혐오 금지는 인간 존엄성 보장 차원 긴요”
“타인의 인권 침해하는 표현은 보호 가치 매우 낮아”

성별이나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혐오 표현’을 하지 말도록 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기독교학교인 서울디지텍고 교장이었던 곽일천 이사장과 같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조례 5조 1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또 5조 3항에서 학교의 장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 5조 1항에 적시된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혐오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해당 조례가 헌법 위임이 없고 표현·종교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은 성별 정체성·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혐오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분 때문이다.

성별 정체성이란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젠더를 의미한다.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는지, 여성으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그 외의 젠더로 인식하는지를 가리킨다.

성적 지향이란 성별 정체성과 별개로 개인이 이끌리는 상대의 양상에 따라 구분된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범성애, 무성애 등이 이를 구분짓는 개념이다.

청구인들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종교적 교리에 따라 동성애 등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이 곧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차별·혐오 표현은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하고 특정 집단의 가치를 부정하므로, 금지되는 것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별·혐오 표현은 학생의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수 있고,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제한되는 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표현으로 그 보호 가치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상위 법령 없이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것은 법률유보원칙(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 협약 등에서 규정·선언하고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규범화하여 마련한 학교 운영 기준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370여개 청소년·교육단체 등이 모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논평을 내고 “우리 사회가 차별 언행 및 혐오 표현 등에 대처해야 할 필요를 인정한 것”이라며 “이후 차별금지법 등 관련법이 제정돼야 할 정당성도 시사한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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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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