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영상, 남 일 아냐” 집도 불안한 여성 혼족

“신림동 영상, 남 일 아냐” 집도 불안한 여성 혼족

입력 2019-05-30 22:46
수정 2019-05-3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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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맴돌거나 속옷 사라진 경험
“신고해도 해결 방법 없어 더 무서워”
여성 1인 가구 피해 위험 남성의 2.3배


“출입구마다 다른 번호키 등 달라져야”
“중범죄 전조 증상 스토킹 방지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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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올 일도 없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창밖에 낯선 그림자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덜덜 떨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신고하러 가면 ‘착각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와요.”

지난 28일 이른 아침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 집에 침입하려던 남성의 모습이 담긴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공포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불안해한다.

1인 가구 여성인 엄모(26)씨는 “고시텔에 살 때 빨래하고 널어 둔 속옷이 사라진 일이 있는데, 주인에게 얘기하니 ‘누가 실수했나 보다’라며 웃기만 했다”면서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보다 무서운 건 그 공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성 귀가 스카우트 등 운영 실효성 없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은 남성보다 훨씬 낮았다. 범죄 발생 항목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이 73.3%로 남성(60.6%)보다 12.7%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은 6.6%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공포감이 큰 것은 혼자 사는 여성에게 범죄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 중 여성이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남성보다 약 2.3배 높았다.

●이중 잠금·방범용 남자 목소리도 등장

서울시는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여성 안심 택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방 안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실효성 없는 대책들”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중 잠금장치와 윈도 벨(외부에서 창문을 억지로 열면 울리는 벨)을 설치하고 현관에 남성용 신발을 두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남자 목소리로 ‘누구세요’, ‘무슨 일이세요’ 등을 녹음한 유튜브 방송도 등장했다. 남자가 사는 것처럼 꾸미는 ‘방범용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여성 1인 가구가 계속 느는 만큼 이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1인 가구는 대부분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타인과의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면서 “건물 출입구마다 번호가 다른 도어록을 설치하고, 배관에 형광물질을 칠하는 등 외부 침입을 막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강간이 아닌 주거침입이라도 죄질이 나쁘면 실형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쫓아가고 집 앞에서 서성이는 등 극도의 공포심을 주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보고 중범죄로 처벌하지만, 국내에선 관련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면서 “스토킹은 살인 등 더 심한 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증상이기 때문에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림동 강간미수 30대 구속영장

한편 경찰은 30일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에 등장하는 A(30)씨에 대해 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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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5-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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