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만 입었어도”…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순간 현지 목격담

“구명조끼만 입었어도”…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순간 현지 목격담

신진호 기자 기자
입력 2019-05-30 17:50
수정 2019-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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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한 직후 현장 인근에 구급 차량 및 경찰 차량이 출동해 있다.  AF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한 직후 현장 인근에 구급 차량 및 경찰 차량이 출동해 있다.
AFP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할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관광객이 목격담을 전하며 이번 사고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30일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 10분쯤 ‘부다페스트 현지인데 한국 관광객 배 전복 사고 났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지 방송뉴스가 나오는 TV 화면을 찍은 사진과 급히 달려가는 소방차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이 글에서 누리꾼은 “나는 다른 투어라 다른 배를 탔는데 앞에서 모든 배가 다 서길래 웅성웅성하던 중 앞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고 했다”면서 “인솔자가 승객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있는데다 유속도 빠르다”고 사고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 “여기는 안전불감증인지 승객들 구명조끼도 안 입혀서 인명피해가 클 것 같다. 모두 구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약 8시간 뒤인 오후 2시 50분쯤 ‘헝가리 선박사고 현지 상황 좀 더 자세히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침몰한 유람선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목격담을 전했다. 2019.5.30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캡처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침몰한 유람선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목격담을 전했다. 2019.5.30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캡처
이 누리꾼은 “내가 현지에서 느낀 사건 발생 요인은 다음과 같다”면서 나름의 사고 원인과 상황을 분석해 전했다.

먼저 밤 시간대라 구조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누리꾼은 “(내가 이용한 여행상품에서는) 원래는 낮 시간대에 잡혀 있던 기본 코스인데 유료 선택 관광으로 밤 시간대로 바꿀 수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낮보다 밤에 좀 더 경치가 좋기 때문에 대부분의 모든 관광객들이 밤 시간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뉴브강이 꽤 큰데 밤에는 다리나 건물에 있는 약간의 조명이 전부라 어두워서 구조 활동이 여의치 않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현지 경찰들이 쾌속정으로 수색을 진행하는 가운데, 주변의 다른 배들이 모두 멈춰 주위를 밝혀줬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일 이미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배 운항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누리꾼은 “유람선 야경투어의 수요가 많아 여행사나 헝가리 유람선 업주들이 운항을 중단하기 어려웠겠지만, 사고 당일엔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졌고, 강물 수위도 도로 바로 아래까지 찼으며, 유속도 엄청 빨랐다”고 설명했다.

운항이 중단되어야 마땅할 상황이었는데도 그렇지 못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고 선박을 추돌한 대형 크루즈 간 운항 간격이 너무 좁았던 점도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당시 대부분의 선박들이 모두 무리한 운항 중이었고, 유속이 심해 선박 간 충돌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면서 “하필 대형 크루즈가 다리를 지나는 도중에 소형 선박을 못 봤거나 유속 때문에 의도치 않게 정상적인 방향으로 운항이 불가능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구명조끼 등 안전 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50분 정도 진행하는 투어인데 승선 때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구명조끼나 튜브, 비상정에 대해 헝가리 유람선 측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면서 “(배 안에서) 여행사 관계자와 현지 가이드가 안전이 우선이고 비가 많이 오니 되도록이면 밖으로 나가지 말고, (선실 안에서도)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계속 주지시켜줬지만 배가 뒤집히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명조끼만 정상적으로 지급됐더라도 이런 심각한 수준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만 남는다”고 했다.

이 누리꾼은 “남은 19명 실종자 모두 건강히 살아돌아오기를 기원한다”면서 글을 마쳤다.

외교부도 사고 유람선 관광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며 이 누리꾼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지 공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구명조끼 착용은 안 했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운항하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헝가리 의회와 세체니 다리 사이 강에서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침몰했다.

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한 인원은 총 35명으로 한국인은 여행객 30명,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2명 등 총 33명으로 파악됐다. 현재 33명 중 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7명은 구조됐으나 19명이 실종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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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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