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국가안전대진단’… 상도유치원 위험 의견에도 통과

구멍 뚫린 ‘국가안전대진단’… 상도유치원 위험 의견에도 통과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8-09-10 22:44
수정 2018-09-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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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시행… 지자체·교육청 확인도 안 해

구청은 4월 “보강조치 이행”허위 공문도

지난 6일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올 초 국가안전대진단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진단 기간에 유치원 붕괴 위험을 알리는 전문가 의견서가 나왔음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일선 교육청이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그간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틈날 때마다 “올해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제대로 하겠다”며 점검자 실명제 등을 도입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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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상도유치원 건물은 올해 실시된 ‘2018년 국가안전대진단’에서 특별한 지적 사항 없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교나 유치원 등은 국가안전대진단 전수조사 대상이어서 매년 점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을 계기로 대형 재난을 미리 막자는 취지로 2015년 시작됐다. 해마다 50여일 동안 정부 부처(행안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전국 시설물 20만~40만곳을 진단한다. 올해는 2월 5일부터 4월 13일까지 68일간 진행됐다.

문제는 이번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인 3월 31일에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상도유치원의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의견서를 냈음에도 지자체나 교육청 모두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시 유치원 측에서 이상 징후를 느껴 의뢰가 왔다. 현장에 나가 살펴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 붕괴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써 줬다”고 말했다. 곧바로 유치원에서 이 내용을 첨부해 구청 등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동작구청은 지난 4월 4일 상도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흙막이 가시설 등에 대한 보강 조치를 이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는 막상 공사 감독 업무를 하는 감리사와 그 지정 권한을 갖는 건축주에게는 해당 문서를 보내지도 않았다. 구청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처럼 납득하기 힘든 일들은 모두 대진단 기간 중에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나 일선 교육청의 ‘배 째라식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사건이 터질 때만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고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넘어가는 중앙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점검 인원과 기간을 크게 늘려 대한민국의 모든 건물을 전수조사한다는 생각으로 장기간에 걸쳐 상시 점검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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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8-09-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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