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주차장, 발레파킹 꼭 해야 합니까”

“텅빈 주차장, 발레파킹 꼭 해야 합니까”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8-29 22:28
수정 2018-08-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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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부 고급 음식점 운영 ‘주차대행’

삼청동 등 유명 맛집 등으로 영업 확대

“식당 손님 강제 이용” “카드 결제도 거부”
불법주차·차량 손상 등 분쟁 증가에도
당국은 업체 현황 모른체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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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텅텅 비었는데 왜 발레파킹(주차대행)을 해야 합니까.”

가족과 함께 서울 서초구의 유명 식당을 찾은 김모(27·여)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주차대행비 3000원을 내야 했다. 주차 공간이 넓어 굳이 발레파킹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었다. 그 식당에서는 차량이 많든 적든 간에 주차대행이 의무였다. 식당 주인은 “주차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어서 반드시 이를 이용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현금이 없어 카드를 내밀자 “카드 결제는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김씨는 3000원을 계좌이체했다.

성북구의 한 카페를 찾은 이모(49)씨는 남에게 자신의 차량을 맡기는 것이 불안해 주차대행을 거부하다가 승강이를 벌였다. 이씨는 “꼭 발레파킹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라도 있는 것이냐”고 따지자 대행 요원은 “이 카페를 이용하려면 무조건 차를 맡겨야 한다. 원치 않으면 다른 카페로 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주차대행 직원들의 부주의로 차량이 파손되거나 직원들이 다른 주택 앞에 차를 세워 말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일어난다.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했다가 단속 카메라에 찍혀 고객이 뒤늦게 과태료를 내는 일도 있다. 이처럼 식당·카페의 발레파킹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주차대행업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주차대행은 주차 공간이 협소한 도심의 식당과 카페, 영화관 등을 중심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주로 업주가 용역업체에 한 대당 1000~3000원의 비용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고 주차 관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관련법이 없다 보니 용역업체들의 업태와 계약·보험의 형태가 제각각이다. 업체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16년 서울 강남구는 강남구에 주차대행업이 성행하자 이를 관리할 기준법 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주차대행업 등록·신고제, 서비스 요금 기준, 과태료와 범칙금 등이 제정안에 담겼다. 하지만 국토부 측은 “주차대행 문제가 서울시, 특히 강남구에 국한된 내용이어서 입법까지 할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강남구에 전달했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 주차대행은 최근 종로구 삼청동과 성북구 성북동의 카페·음식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금도 “발레파킹을 주차 정책으로 볼 것인가 대리운전 같은 용역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정립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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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8-08-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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