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감시원도 끈 있어야 합격” 공무원의 양심고백

“산불감시원도 끈 있어야 합격” 공무원의 양심고백

입력 2018-01-23 22:34
수정 2018-01-2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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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채용담당 주무관 내부 전산망에 폭로

지방자치단체의 산불감시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청탁에 의한 비리가 있었다는 내부 직원의 폭로가 나왔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도 비리가 개입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강원랜드와 대형은행 등의 채용비리 사건에 이어 지자체에서도 부정청탁 폭로가 이어지면서 채용비리가 직군을 막론하고 전국적으로 만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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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산불감시원 채용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시 내부전산망에 올린 ‘양심선언문’.
하남시 산불감시원 채용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시 내부전산망에 올린 ‘양심선언문’.
경기 하남시는 최근 공개 모집한 산불감시원 30명 중 23명이 부정청탁에 의해 채용됐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돼 긴급 조사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내부고발은 산불감시원 채용업무를 담당한 하남시 공원녹지과 A(9급) 주무관이 직접 시 내부 전산망에 양심 고백을 하면서 이뤄졌다.

A 주무관은 전날 실명으로 시청 행정망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난 17일 진행된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을 총괄한 자로서 이번 채용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되었고, 검정 과정에서도 조작이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우리 과장님과 팀장님으로부터 합격시켜야 할 사람의 이름이 적힌 쪽지 등으로 총 23명의 명단을 받았고 채용 인원 30명 중 23명을 합격시켰다”고 덧붙였다.

또 “명단 중에는 대부분 과장님과 팀장님도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이고 상대는 거절하지 못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된다”면서 “과거에도 부정청탁이 있었고 거절한 공무원은 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부정청탁을 한 사람 중에는 시 간부급 공무원과 현직 시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A 주무관은 “명단을 받았을 때는 관행이니까 감수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거절하지 못했으나 합격해야 할 사람들을 떨어뜨리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합격시키는 작업을 하다 보니 너무 큰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탁을 받아들인 대가로 이번 만큼은 불이익을 피해 갈 수 있겠지만, 앞으로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면서 “이번 부정청탁이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다음 이 자리에 오게 될 공무원이 다시 이런 상황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늦었지만 잘못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수봉 하남시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감사를 지시했으며, 부당 합격자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된 합격자는 합격을 취소하고 재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오 시장은 환경미화원 부당 채용설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확인해 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회 관계자는 “환경미화원 선발 때만 되면 시의원 등의 책상에 청탁성 이력서가 수북이 쌓인다”고 했다.

앞서 하남시는 지난 9일 산불감시원 채용공고를 낸 뒤 61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20점)와 체력시험(30점), 면접(50점)을 거쳐 19일 30명에게 합격 사실을 개별 통보했다. 선발된 산불감시원은 5개월 동안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하루 6만 5440원의 일급을 받아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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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8-0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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