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건물 유리 두께 22㎜ ‘철벽’ “도끼로도 못 깨”

제천 참사 건물 유리 두께 22㎜ ‘철벽’ “도끼로도 못 깨”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7 13:15
수정 2017-12-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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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깨기 쉬운 ‘탈출용 유리’ 설치하고 빨간 역삼각형 표시”

화재로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유리창은 2㎏짜리 도끼로도 깨기 어려운 이중 강화유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화재 참사로 변을 당한 희생자 유족들은 20명이 숨진 2층 사우나 통유리를 서둘러 깼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를 비판했다.

그러나 건물 내부에서 올바르게 자세를 잡고도 무게 2㎏짜리 도끼를 사용해도 깨기 어려웠던 통유리를 화재 당시 외부에서 깨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2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참사를 겪은 스포츠센터 2층과 3층 목욕탕에 시공된 통유리는 이중 구조로 총 두께가 22㎜다.

일반 유리보다 5배가량 강도가 센 강화유리 5㎜, 7㎜ 두께 강화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구조다.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제천소방서 구조대원 4명은 안전상의 이유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이 난 건물 2·3층 통유리 제거 작업을 했다.

구조대원들은 건물 내부에서 무게 2㎏짜리 구조용 만능도끼로 창틀에 남은 유리창을 후려쳤다.

20∼30대 구조대원이 뾰족한 철제 도끼로 유리를 수차례 내리쳤지만, 유리는 금이 갈 뿐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날 작업한 A(37)씨 구조대원은 “도끼로 힘차게 7∼8번은 때려야 겨우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라면서 “2중 강화유리인 데다 필름 코팅까지 돼 있어 성인 남성이라 하더라도 장비 없이 깨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화재 당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유족 류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이 이중 강화유리 때문에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화재 당시 진압활동을 했던 한 소방대원은 “2층으로 진입하려고 사다리에 오른 상태로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도끼를 휘둘렀기 때문에 유리창을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조기에 유리창을 깨기로 결정만 했다면 굴절차 등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교훈 삼아 대형 화재에 대비해 탈출용 유리창을 도입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이런 제도가 시행중이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2층 이상 건물 유리창에는 붉은색 역삼각형을 표시해 ‘탈출용 유리창’을 법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은 작은 건물에도 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유리창을 지정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빨간 역삼각형이 표시된 탈출용 유리창은 강화유리가 아닌 잘 깨지는 유리를 쓰기 때문에 재난에 닥쳤을 때 쉽게 탈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일부 대형 건물에서는 긴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는 탈출용 유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형 상가 건물은 법적 의무가 없다”며 “통유리 사용 건물에 대한 안전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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