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시면 맞겠다. 학교는 포기 못 한다” 무릎 꿇은 장애인 학부모들

“때리시면 맞겠다. 학교는 포기 못 한다” 무릎 꿇은 장애인 학부모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7-09-07 17:32
수정 2017-09-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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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 아이들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2017.9.5.  JTBC 페이스북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2017.9.5.
JTBC 페이스북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강당 바닥에 울면서 무릎을 꿇은 이들에게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무릎을 꿇은 이들은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7월에 예정됐던 첫 번째 토론회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강서구 주민이 아닌 장애인 학부모 대표는 토론에 나설 자격이 없다”면서 무산시켰다. 이날도 고성과 야유로 토론회장이 가득 채워졌다.

서울시교육청이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처음 행정예고한 것은 2013년이었다.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계획은 일단 철회됐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마곡지구 등에 대체부지를 알아봤지만 부지 면적,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다시 공진초등학교 터에 특수학교를 짓기로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8월 다시 행정예고를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게다가 지역구 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공진초등학교 터에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뉴스K 유튜브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뉴스K 유튜브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가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찬성 측 발언자로 나서 설립을 호소했다.
“장애가 있든 없든 학교는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강서구에 있는 장애인 아이들은 10년 넘게 구로구에 있는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강서구에 있는 교남학교에는 100명밖에 수용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강서구의 아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가까운 학교에 가는데 저의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에서 2시간 전부터 학교를 가려고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부모이시고 저도 부모입니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의 학교를 여기에 지을 수 없다고 하시면…”
반대 주민 측의 야유가 쏟아져 발언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모욕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 아이들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전히 쏟아지는 건 야유였다. 반대 측 입장을 대변하러 온 김성태 의원은 중도에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반대 측 주민들은 “우리 지역에 허준 테마 거리가 있고 허준 박물관이 있는데 어느 것이 효율성이 있겠나”라며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강서구에 주민 기피시설이라고 하는 것들은 죄다 모여 있다. 한번도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라고 한 적도 없고, 특수학교를 반대한 적도 없다. 다만 못 사는 지역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해달라고 한 건데 언론사나 교육청은 저희가 님비라면서 집값 때문에 반대한다,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한다고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뉴스K 유튜브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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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은 “그럼 거꾸로 한번 물어보겠다. (장애인 특수학교를) 당신들 집 앞에다 한번 세워 봐라”며 소리쳤고 반대 측 주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특수학교를 짓지 말고 한방병원을 짓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해당 부지는 학교 용도로 돼 있고, 학교 용지는 그 외 목적으로 쓸 수가 없다. 당연히 장애인 특수학교가 들어서지 않는다고 해서 한방병원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JTBC 페이스북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가 열렸다.
JTBC 페이스북
토론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고성과 야유만 오가자 장애인 학생 부모 10여명이 오열하며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일부 반대 측 주민들은 “쇼하고 있다”면서 삿대질을 했다. 설립 반대 쪽 주민들도 무릎을 꿇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토론회는 찬성과 반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밤 10시 10분쯤 끝났다.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것은 2002년 종로구에 개교한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서울시 29개 특수학교는 장애학생의 반도 수용하지 못 하고 있다. 2016년 4월 기준 서울시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1만 2929명이지만 정작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4496명(34.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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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립 찬성 측의 한 학부모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은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권, 학습권이라는 건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방병원이 없어서 저희가 병원을 못 갑니까? 유네스코 멋진 거리 겉으로 봐야만 강서구가 멋진 구가 됩니까? 아닙니다.
강서주민이 이런 님비 현상 없애고 이 학교를 수용했다, 이건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일입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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