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장터 ‘직접 짠 콩국’ 알고 보니 세균 범벅

직거래장터 ‘직접 짠 콩국’ 알고 보니 세균 범벅

최훈진 기자
입력 2017-08-18 22:08
수정 2017-08-1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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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사체·배설물 널브러진 공장서 제조… 아파트 장터 등 수제품으로 속여 판매

두유 기준치의 4000배 넘는 세균 검출
식혜는 1900배 초과… 2곳 대표 입건

쥐의 사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동물의 배설물도 군데군데 보인다. 모기와 파리가 드글드글하다. 잠시 서 있기도 싫은 이런 곳에서 놀랍게도 음식물이 제조된다. 그 음식물들은 트럭에 실려 도시의 ‘직거래 장터’로 간다. “집에서 만든 것”이라는 달콤한 말이 건강식품임을 보증하는 것 같아 의심 없이 입에 넣는다. 식도를 타고 위장 속으로 들어간 그 음식물엔 세균이 수억 마리 들어 있다.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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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안 알뜰시장에서 중간 판매상인이 콩국과 식혜를 진열해 놓은 모습.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제공
아파트 단지 안 알뜰시장에서 중간 판매상인이 콩국과 식혜를 진열해 놓은 모습.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제공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수년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콩국과 식혜를 만들어 서울·경기 일대 아파트 단지 장터에서 질좋은 수제품이라고 속여 판 업체 대표 2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강필영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두 업체로부터 식혜와 콩국을 사다가 소비자에게 유통시킨 판매업자 40여명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경기 양주에 위치한 A업체의 제조시설 바닥에서는 쥐의 사체가 발견됐다. 제조에 사용된 기구류의 세척 상태도 불량해 파리, 모기 등 벌레가 들끓었다. 벽면에는 거미줄과 곰팡이가 있었다. 직원들은 불결한 맨손으로 콩국을 1ℓ들이 병에 담아냈다.

콩국에서는 ㎖당 최대 1억 6000만CFU의 세균이 검출됐다. 콩국과 비슷한 두유류의 세균 개체 수 기준이 ㎖당 4만CFU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A업체의 콩국에서는 허용 기준치보다 4000배나 많은 세균이 검출된 셈이다. A업체가 2015년 5월부터 최근까지 시중에 유통시킨 콩국은 1ℓ들이 4만 8900병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B업체의 식혜 제조시설 바닥에서도 동물의 배설물이 확인됐다. 직원들은 맨바닥에서 위생장갑이나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깔때기를 이용해 판매할 식혜를 병에 담았다. 이 식혜에서는 기준치의 1900배에 이르는 일반 세균이 검출됐다. B업체는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1.5ℓ짜리 24만 8000여병을 팔아 치웠다.

‘세균 범벅’ 콩국과 식혜는 주로 의정부·구리·성남 등 경기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단지 알뜰시장이나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됐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콩국과 식혜가 담긴 병에는 유통기한, 원산지 등 식품위생법에 따른 표시사항이 전혀 부착되지 않았다.

두 업체는 위생 단속이 허술한 이른 오전 시간대에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전통시장 도로변에서 판매업자들에게 콩국과 식혜를 넘겼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냉장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화물차로 콩국과 식혜를 실어 나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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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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