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쳐 만든 구두로 대통령 방미…뭉클했죠”

“밤잠 설쳐 만든 구두로 대통령 방미…뭉클했죠”

입력 2017-07-27 23:04
수정 2017-07-28 00: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文대통령 내외 구두 제작한 수제화 대가 유홍식 명장·전태수 장인

시장표 양말 신은 서민적 대통령…국민된 도리로 내외분 구두 할인
이미지 확대
성수동 수제화 부흥을 꿈꾸는 삼인방
성수동 수제화 부흥을 꿈꾸는 삼인방 정원오(가운데) 서울 성동구청장과 유홍식(오른쪽) 명장, 전태수 장인이 27일 서울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1층 수다카페에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신었던 ‘버선코 구두’ 샘플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김정숙 여사께서 신은 ‘버선코 구두’의 코신이 텔레비전에 클로즈업돼 나오는데 정말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때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한국 고유의 미가 담긴 우리의 신발이 전 세계에 알려져 적으나마 애국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제화를 만든 유홍식(69) 명장과 전태수(63) 장인은 아직도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했다. 정부의 홀대로 힘겹게 수제화 명맥을 유지해 온 그동안의 노력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듯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27일 서울 성동구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1층 수다카페에서 유 명장과 전 장인을 만났다. 퇴락했던 성수동 수제화 산업을 되살린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동석했다.
이미지 확대
유홍식 명장이 뜬 문 대통령의 발 본.
유홍식 명장이 뜬 문 대통령의 발 본.
유 명장은 지난 5월 17일 청와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 구두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문 대통령 발 치수를 직접 측정했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이 인터넷 검색에서 제가 수제화 명장1호라는 걸 알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 발 치수를 재러 청와대에 갔는데 대통령이 신고 있는 구두가 10만원 정도의 싼 신발인데다 너무 오래되고 낡아 깜짝 놀랐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서민적이었다. 제가 신은 양말보다 더 싼 ‘시장표’ 양말을 신고 있었다. 구두 제작에 13일 걸렸다. 제가 만든 신발을 신고 미국에 가셨다. 제 생애 가장 큰 기쁨이다.”

전 장인은 유 명장 소개로 김 여사 구두를 만들게 됐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화제가 된 비취색 장옷에 어울리는 버선코 모양의 구두(일명 버선코 구두)가 그의 작품이다. 유 명장은 “성수동에서 한복에 어울리는 ‘코신’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은 전 장인밖에 없다”며 “김 여사께서 한복을 입는다고 해 순간적으로 코신이 떠올라 전 장인을 추전했다”고 했다. 전 장인은 “청와대에서 김 여사 발 치수를 재는데, 지난 대선 때 얼마나 돌아다니셨는지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셨더라”며 “여사님께서 편한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전 장인은 며칠 뒤 가봉된 구두를 들고 청와대를 다시 찾았다. 그는 “불편하면 안 되니까 김 여사께 신고 걸어 보라고 했다. 걷고 난 뒤 쿠션이 더 있으면 좋겠고, 뒤쪽이 조금 큰 것 같다고 해 완벽하게 보완해 만들었다”고 했다.

미국 출국 5일 전인 지난달 23일 김 여사가 불시에 전 장인의 성수동 공방을 찾았다. 코신의 굽이 3㎝인데 한복 입을 때 낮다며 굽 높이를 높여 달라고 했다. 전 장인은 굽 높이 5㎝와 8㎝, 검은색과 흰색 두 켤레를 제작했다. 유 명장은 이탈리아제 창을 사용해 문 대통령 구두를 여섯 켤레 만들었다. 켤레당 30만원을 받았다. 집무실에서 신는 슬리퍼와 대통령 내외 등산화도 추가로 제작했다. 전 장인은 버선코 구두를 켤레당 25만원 받았다. 둘은 “국민 된 도리로 할인해서 만들어 줬다”며 “문 대통령은 성격상 구두 여섯 켤레면 돌아가실 때까지 신을 것”이라고 했다.

둘은 대통령 내외의 주문을 받고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유 명장은 “대통령 내외분의 신발 제작을 맡았다는 중압감이 엄청 컸다”며 “납품이 끝나야 발 뻗고 자겠더라. 대통령께서 흡족하신지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그동안 성수동 수제화 활성화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번에 대통령 내외께서 성수동 수제화를 사실상 공인시켜 준 것과 다름없다”며 “수제화 하면 성수동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고 했다. 2014년 정 구청장 취임 이후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확 바뀌었다. 둘은 “수십년간 구두를 만들었는데, 공직사회에서 수제화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 건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원오 구청장이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 명장은 1960년대 13살 때 명동에서 구두 제작에 뛰어들었다. 고향인 전남 광주에서 구두 가게를 하다 2000년 성수동으로 들어왔다. 2013년 성동구 수제화 명장 제1호로 선정됐다. 수제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전 장인은 1968년부터 영등포, 염천교, 퇴계로 등지에서 구두를 만들다 70년대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다. 둘은 박원순 서울시장 내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수제화도 제작했다.

전 장인은 “유명한 장인이 없는 게 아쉽다”며 “김 여사께서 수제화 업계에 왜 ‘지미 추’ 같은 유명인이 없느냐고 하더라. 앞으로 그런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단, TBS 본사 전격 방문… 신임 대표 비롯한 현장 직원 목소리 들으며 ‘정상화 주도’

존폐 위기에 내몰린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단(대표의원 김길영, 강남6)이 마포구 본사를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방문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주도로 성사됐으며, 한용길 TBS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 후 첫 공식 대외 행보로 이어져 재단 정상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날 의원단은 경영진 6명과의 형식적인 만남에 머물지 않고, 무임금의 고통 속에서도 방송 제작과 기술, 행정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실무 직원 30여 명과 마주 앉았다.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발로 뛰는 현장 중심 의정의 의미를 더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김길영 대표의원은 “인력이 축소된 상황에서도 무임금 상태로 방송과 조직을 지켜오신 TBS 임직원 여러분의 고통과 노고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엄중한 현실을 의회 차원에서도 결코 방관하지 않고 있으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철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TBS 정상화 협의체’에 직접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thumbnail -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단, TBS 본사 전격 방문… 신임 대표 비롯한 현장 직원 목소리 들으며 ‘정상화 주도’

2017-07-2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