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 “소녀상 이전 요구는 공무원 두번 죽이는 일”

부산 동구청 “소녀상 이전 요구는 공무원 두번 죽이는 일”

입력 2017-02-23 10:40
수정 2017-02-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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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동구청·부산시 등에 공문 보내 소녀상 이전·조례 재검토 요구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강제철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재설치를 허용한 부산 동구청이 계속되는 외교부의 소녀상 이전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이달 초 서기관 등 직원 2명을 동구청, 부산시, 부산시의회에 보내 소녀상 이전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이어 일주일 뒤 외교부는 “일본 공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위치가 국제 예양이나 관행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교훈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보다 적절한 장소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3개 기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23일 “구청장이 앞서 ‘임기 내에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없다’고 말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구청은 소녀상 이전·철거에 대해 권한이나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이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철거하고 농성자들을 끌어낸 뒤 국민적 비난을 받아 지금도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구청이 소녀상을 이전하라고 하는 것은 구청 공무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지금은 상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 공문을 받은 부산시 여성가족국의 한 관계자는 “소녀상이 세워진 일본영사관 앞은 구청이 위탁 관리하는 시유지라서 부산시가 소녀상 이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부산시 등에 보낸 공문에서 부산시의회의 소녀상 지원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부는 부산시가 조례를 제정해 소녀상을 관리하고 시비를 지원하면 현재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조례제정 과정에 이런 의견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시의회 정명희 시의원이 추진하는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포함해 피해자에 관한 조형물, 동상 등 기념물에 대한 설치·관리 지원 업무도 명시할 예정이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관계자는 “일본 입장만 대변하고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는 민심을 외면하는 외교부가 과연 우리나라 행정부인지 의심스럽다”며 “시민의 힘으로 소녀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건립하려고 하자 “해당 지자체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상 설치 후 한일 외교갈등으로 비화하자 외교부는 국제 예양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며 기존 입장을 바꿨고 지자체를 직간접적으로 계속 압박하고 있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이런 외교부의 입장 변화에 지난달 10일 “외교부가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한다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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