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엄마는 2월부터 육아휴직 ‘눈치 전쟁’

초등생 엄마는 2월부터 육아휴직 ‘눈치 전쟁’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2-13 22:26
수정 2017-02-1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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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보장 못 받는 직장맘들

“인근 지역 점장 2명이 동시에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니 상사가 괘씸하다고 했습니다. 여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보살피려면 방법이 없어요. 그래도 둘 다 휴직이 돼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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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업체의 여성 점장 이모(37)씨는 육아휴직이 결정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휴직원을 내기 직전까지 한 달이나 눈치작전을 벌이며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점포의 동료 점장도 육아휴직을 낸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불안감은 더욱 컸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는 곱지 않은 시선과 불편한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치기도 했다.

“보통 지역마다 1명씩 육아휴직을 갑니다. 가까운 지역 점장이 육아휴직을 낸다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다행히 상관이 둘 다 휴직 처리를 해주었지만 아마 1년 후에 돌아와서는 점장 자리로 못 갈 겁니다.”

육아휴직 신청자들의 사내 눈치전쟁이 한창이다. 통상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새 학기 시작에 맞춰 3~4월쯤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2월 중하순은 육아휴직 신청을 위한 사전조사 기간인 셈이다. 물론 법적으로 아이가 만 8세 이하라면 육아휴직을 할 수 있지만, 복직 이후를 감안하면 상관의 눈치나 대체 인력 여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만 6세(초등학교 입학 연령) 이상 자녀를 돌보려 육아휴직을 낸 경우는 2014년 5643명에서 지난해 7993명으로 2년 만에 41.6%가 급증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비중도 2014년 7.3%에서 지난해 8.9%로 늘었다.

또 지난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육아휴직자 7993명 중 22.1%(1763명)는 4월부터, 11.7%(933명)는 5월부터 육아휴직 급여를 받았다. 육아휴직 신청 1개월 후 휴직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3~4월 신청자가 전체의 33.8%에 이르는 셈이다.

육아휴직은 법적 제도지만 휴직자는 사내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68.8%가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서모(38·여)씨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 남아 있는 육아휴직 가능 기간(3개월)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두 번째 휴직이니 책임감이 없다고 뒷말이 나올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이모(35·여)씨는 “휴직 이야기를 꺼냈다가 상사에게 ‘가뜩이나 사람 없는데 다 큰 아이 때문에 휴직을 해야겠느냐’는 말만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맘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상담이 하루 평균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며 “신학기가 다가오면서 휴직 가능 여부와 기간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에 대한 요구는 많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 놓인 직장인들이 대다수다.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먼나라 얘기’다. 최모(36·여)씨는 “첫째 아이를 낳고 출산·육아휴직으로 3달 정도만 쉬고 바로 출근했는데도 눈치를 봐야 했다”며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휴직을 요청했다가는 그냥 회사를 나가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40)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급식당번, 교통봉사, 담임 교사 상담 등 ‘공포의 3·4월’을 지내야 하고 맞벌이 부모의 아이를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된다”며 “학부모가 참여하지 않아도 내 아이가 차별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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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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