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재단, 피해자 의견수렴 ‘겉핥기’…반대의견 ‘모르쇠’

위안부재단, 피해자 의견수렴 ‘겉핥기’…반대의견 ‘모르쇠’

입력 2016-09-07 12:05
수정 2016-09-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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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일 서울 중구 순화동 바비앵스위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현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16. 7. 28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98일 서울 중구 순화동 바비앵스위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현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16. 7. 28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활동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일 합의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피해자들의 기자회견과 소송 등 반대 목소리가 격렬한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피해자만 만나 일본 측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만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단은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 엔(108억여 원)이 재단 계좌로 입금됨에 따라 이틀 뒤 이사회를 열고 향후 두 달간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일본 측 출연금 10억 엔을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현금으로 분할 지급한다는 방침이 보도되자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길원옥(89) 할머니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할머니들은 “위로금이라고 돈을 받는 것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일본 아베 총리가 정식으로 나서서 할머니들 앞에서 ‘모두 우리가 한 짓이니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거주 피해자 할머니 6명도 지난달 30일 생존 피해자들에게 재단이 지급하기로 한 현금 1억 원의 수령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눔의 집에 사는 이옥선 할머니 등은 “법적 배상금을 요구했는데 위로금을 주겠다는 건가? 우리가 돈 몇 푼 때문에 지금까지 싸웠나. 1원이라도 법적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강일출, 길원옥, 김군자, 김복동, 김복득, 박옥선, 안점순, 이순덕, 이옥선(1), 이옥선(2), 이용수, 하수임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 12명은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입혔다며 지난달 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냈다. 현재 생존 피해자가 40명이므로, 소송 참여자는 전체의 30%에 달한다.

‘위로금 1억원’ 수령을 거부한다는 피해자들의 잇단 입장 표명에도 불구, 정부와 재단의 움직임은 일방적이다. 상당수 피해자들이 반대하든 말든 찬성 입장인 일부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면 할 일이 끝난다는 태도다.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은 7일 오전 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의 첫 일정으로 경인 용인에 사는 한 피해자 할머니를 방문했다. 이 할머니는 노환 등 병세가 깊어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보호자의 의견을 듣는 것 말고는 의견 수렴이라고 할 것이 없다.

재단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려면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폭로하고 일본 정부와 싸워온 할머니들을 가장 먼저 찾아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재단은 한일 합의 내용을 피해자들에게 설명하고 현금 수령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일 합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일본 정부의 출연금 성격조차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5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측의 출연금 10억 엔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회견 도중 외교부 당국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배상금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기겠다”며 앞선 발언을 정정한 바 있다.

김 이사장과 재단은 이후에도 여러 인터뷰나 보도자료에서 ‘화해·치유를 위한 지원금’ 식의 모호한 말로 표현할 뿐, ‘배상금’이라는 말을 일절 쓰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서는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사죄·반성을 표명했고 일본 측이 배상의 의미가 담긴 돈을 출연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재단이 이런 식으로 한일 합의에 대한 할머니들의 이해를 호도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90세 넘는 할머니들이 수요집회 등에 나와 아직까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외치고 있는데, 화해·치유재단은 정작 그렇게 노력해온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며 “잘못된 합의를 밀어붙이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폭력적인 일이므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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