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 못 연다”… 끔찍한 여름철 악취

“문도 못 연다”… 끔찍한 여름철 악취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07-24 22:30
수정 2016-07-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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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두통 부르는 악취 공해

생활악취 민원 5년간 4배 급증
사실상 규제 없고 단속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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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개 삶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아주 역겹죠. 푹푹 찌는 요즘 날씨에도 창문 열 생각을 하지 못해요.”

24일 전국적인 규모의 축산물 5일장이 열리는 경기 성남시 A시장에서 만난 오모(59·여)씨는 “염소, 오리 등 동물들의 똥오줌 냄새부터 음식 냄새까지 섞여 너무 힘들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이곳을 지날 때 거의 뛰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기자 역시 이날 습한 공기에 인파의 체취가 뒤섞인 불쾌한 냄새를 체감했다.

하루 앞서 지난 23일 찾은 서울 성동구 B시장도 70~100m 근방부터 돼지 누린내가 코를 찔렀다. 시장 인근의 아파트 주민 김모(29)씨는 “냄새에 예민한 편이어서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고기 냄새가 나서 헛구역질도 했다”며 “적응하긴 했는데 여유가 되는 대로 이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빛·소음과 함께 3대 공해로 불리는 ‘악취 공해’ 민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나쁜 냄새 때문에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원인 규명이 어렵고 규제도 미흡한 상태다. 특히 도심의 경우 정화조, 음식물 쓰레기, 소각시설 등에서 생기는 생활 악취가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악취 민원은 2009년 957건에서 5년 만인 2014년 4022건으로 420% 늘었다. 서울시에서 하수구 악취 집중 관리에 나서면서 지난해에는 3572건으로 민원 건수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생활 악취 민원은 여전히 많은 상태다. 지난해 생활 악취 민원은 송파구가 75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대문구(54건), 강남구(53건), 중랑구(35건) 순이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방이동 먹자골목 등에 음식점이 많아 관련 민원이 꽤 들어오는 편”이라며 “하지만 단속을 나가면 이미 냄새가 사라진 경우가 많아 민원인과 악취 배출업체 간에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악취는 후각뿐 아니라 눈·호흡기계 점막 등에도 자극을 주고 식욕 감퇴, 구토, 두통,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2003년 정부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악취를 대기오염물질과 분리하고 ‘악취방지법’을 만든 이유다. 서울시도 지난해 6월 악취를 빛·소음과 함께 3대 공해로 지정하고 2018년까지 악취 민원을 30%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2종의 냄새를 악취방지법에서 악취로 분류했다. 또 악취에 대해 ‘황화수소, 메틸메르캅탄, 아민류 등 자극성이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라고 정의했다.

대개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는 하수 악취, 생활 악취, 사업장 악취 등 세 종류다. 이 가운데 하수 악취는 지자체마다 하수관거 시설 개선을 진행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고 사업장 악취도 악취방지법상 규제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활 악취는 단속이 쉽지 않다.

사실 악취는 눈에 보이지 않고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원인을 찾기 힘들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 특히 생활 악취는 사실상 규제가 없는 상태다. 지자체는 민원이 접수되면 비정기적으로 점검에 나서지만 비전문가인 공무원 입장에서는 측정조차 할 수 없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악취 민원이 접수되면 식당의 경우 개선 명령을 내리고 세 번째 명령에도 개선이 안 되면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며 “하지만 냄새를 측정하는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큰 사업장의 경우에만 전문기관이 분기나 반기마다 1회씩 악취 측정을 한다.

이승묵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악취는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상시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악취가 많이 발생하면 오존 농도도 높아지고 결국은 초미세먼지까지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는 “악취별로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맞춤형 악취 관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 악취 배출 시설의 밀폐화, 하수 주치의 제도, 악취 저감 방법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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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07-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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