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베테랑’ 무대 역사 속으로… 베테랑 형사 추억 속으로

[현장 블로그] ‘베테랑’ 무대 역사 속으로… 베테랑 형사 추억 속으로

입력 2016-03-09 22:50
수정 2016-03-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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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서울청 광역수사대… 유영철·범서방파 수사한 장소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정의파 돌쇠’ 서도철(황정민 역) 있잖아요.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데 그런 식으로 발품 파는 ‘돈키호테 형사’는 사라질 때가 됐어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범인을 잡는 새 시대가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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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역수사대 마포 청사 연합뉴스
서울 광역수사대 마포 청사
연합뉴스
올 연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청사에 대해 물으니 한 50대 형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수사기법도 발달하고 건물도 최첨단으로 바뀌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서울청 광수대는 인기 드라마 ‘시그널’이나 영화 ‘베테랑’의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나이든 형사들에게는 청춘을 바쳐 범죄자를 잡아들이던 곳입니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검거하고, 2014년 3대 조직폭력배 ‘범서방파’를 일망타진한 게 서울청 광수대입니다.

전설의 ‘야전 소총수’(강력계 형사를 가리키는 경찰 속어)를 배출한 곳이기도 합니다. 한 형사에게 기억나는 인물을 묻자 고 황규인 형사를 꼽았습니다. “30개 넘는 소매치기 조직을 적발한 소매치기 전문가였죠. 열혈 정의파여서 마음에 안 들면 상관하고도 거침없이 싸웠죠.”

그의 마지막 계급은 경위였습니다. 58세가 되던 200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에 걸리자 내근으로 전근시켰는데 외려 현장에서 뺐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늘 승진은 신경쓰지 말고 범죄자나 많이 잡으라고 했죠. 강자에겐 한없이 강하고 약자에겐 더욱 약해야 한다고 했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황소처럼 제 갈 길을 걸어가라고 했습니다. 자기 몸 안 돌보고 정의의 사도처럼 뛰어다니던 그런 시절 얘기죠.”

서울청 광수대 청사는 오는 11월부터 철거에 들어갑니다. 범죄가 경찰서 관할구역을 넘나들자 1986년 형사기동대를 창설했는데 그게 광수대의 전신입니다. 현재 건물은 1974년 지어진 마포구청 청사입니다. 1984년에 경찰이 서울시에서 임차해 2000년 12월부터 광수대가 들어왔습니다. 워낙 낡은 데다 옥상에 방수층이 없어 비가 오면 실내로 물이 새고 무너질 위험도 있었습니다.

새로 짓는 청사는 지상 7층, 지상 3층으로 현재의 4배 규모입니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이곳에 입주합니다. 이제는 젊은 형사들이 첨단수사기법으로 더 많은 범죄를 소탕하는 새 역사가 쓰일 것입니다. 현재 50대가 된 형사들의 활약은 추억이 될 겁니다. 추억은 역사의 다른 이름이고 미래를 짓는 토양입니다. 아마도 정의를 향한 ‘무모한 도전’은 시대를 관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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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3-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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