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구경 왔더니… 20분 공연 후 1시간 상조 홍보

北예술단 구경 왔더니… 20분 공연 후 1시간 상조 홍보

조용철 기자
입력 2016-02-01 23:42
수정 2016-02-02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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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 든 ‘상조업체 떴다방’ 영업 현장 찾아가 보니

‘노인만 출입’ 공짜 티켓으로 유인

서울시 소유 건물서 버젓이 영업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최갑진(71·여)씨의 손에는 ‘북한 예술단 순회공연’ 무료 초대권이 쥐여 있었다. 나흘 전 집(서울 관악구 인헌동) 앞 버스정류장에서 주운 초대권 안에는 북한 배우들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공짜로 보여 준다니까 왔지. 사은품은 며느리 주면 좋아하겠지?”

하지만 3시간 뒤 다시 사당역 앞에서 만난 최씨의 얼굴에선 더이상 설렘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면 되겠어? 알고 보니 다 장사꾼들이고 사기꾼들이잖아.”

최씨는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가슴에 품은 장미무늬 칼은 불쾌함과 맞바꾼 유일한 소득이었다.

1일 오전 9시 30분 예술단 공연이 열리기 30분 전인데도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 대강당 앞은 60~70대 노인들로 북적였다. 행사 관계자는 노인들을 상냥하게 안내하면서 학생들은 출입을 못하게 막았다. 이유를 따져 묻자 “주의사항에 다 적어 놨다”는 말만 돌아왔다. 실제 초대권 뒤편엔 ‘어린 자녀 및 학생 입장 불가’라는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분홍 저고리에 검은 치마, 머리에 꽃단장을 한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공연은 20분도 채 안 돼 끝났고, 곧바로 상조회사의 홍보 담당자가 등장했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들 다 같이 돈 모아서 동남아 크루즈 여행 한번 가시죠. 한 달에 만원씩만 내시면 장례비용이 다 해결되니까….”

1시간 가까이 상조 서비스를 설명했고, 돈을 납입한 후 상조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동남아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있다고 홍보했다. 29만원짜리 건강목걸이도 판매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북한 공연단에 대관을 해준 교통문화교육원 측에 항의를 했다. 한 70대 남성은 “서울시 건물이라고 해서 믿었더니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원은 서울시 소유지만 민간에 위탁해 운영한다. 교육원 관계자는 “4년 전부터 매년 1~2차례 상조상품 판매가 진행되고 있지만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대관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 주관사가 대관료로 지불한 돈은 162만원이다.

오는 6일에는 서초구 양재동에서 공연단 이름은 ‘평양 진달래 예술단’으로 약간 다르지만 같은 업체가 주관하는 공연이 열린다. 이렇듯 한동안 잠잠했던 상조업체들의 ‘떴다방’식 영업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메뚜기식 공연이어서 적발이 힘들 뿐 아니라 현행법에 이들을 제재할 근거도 거의 없어 딱히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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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2-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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