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코로 삼시세끼

손과 코로 삼시세끼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3-28 00:30
수정 2015-03-2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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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복지관 ‘시각장애인 안전요리교실’ 가 보니

“앗! 촉감이 이상해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립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일상생활훈련실. 미트볼 반죽을 만들던 김지혜(33·여·시각장애 1급)씨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맨손으로 느낀 돼지고기의 물컹한 질감에 놀란 것이다. 옆에 있던 요리강사 김새해(33·여)씨가 한마디 했다. “우리 이제 생선 요리도 해야 하는데 큰일 났네.” 질겁한 지혜씨가 “생선요?”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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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시립 노원장애인복지관에서 요리강사 김새해씨가 시각장애인 김재성씨의 손을 잡고 당근 자르기 체험을 돕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7일 서울시립 노원장애인복지관에서 요리강사 김새해씨가 시각장애인 김재성씨의 손을 잡고 당근 자르기 체험을 돕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중증 장애인 16명 ‘조리 자립’ 도전

노원복지관이 마련한 ‘시각장애인 안전요리교실’에서는 시각장애 1~4급의 중증 시각장애인 16명이 두 달 동안 요리를 배운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외식에 의존하기 일쑤인 시각장애인들의 ‘조리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상훈 노원복지관 팀장은 “시각장애인도 위험한 조리기구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도록 지난해 시범 수업을 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일반 요리학원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와 강사가 곁에서 도와야 실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든 요리는 채소 피클과 미트볼 조림이다. 실습은 피클용 채소를 다듬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샐러리는 바깥의 ‘심’이 단단하기 때문에 모두 벗겨 내야 해요.” 강사의 말을 듣고 칼을 집어 들었으나 지혜씨의 손은 허공을 맴돌았다. 맨손으로 샐러리 가운데를 ‘톡’ 부러뜨린 다음 손톱으로 심을 벗겨 냈다. “선생님, 다 했어요!” 칼을 쓸 때는 더디기만 하던 지혜씨가 금세 한 단을 다듬었다.

맞은편의 김재성(46·시각장애 2급)씨는 얼굴이 도마에 닿을 듯 상체를 바짝 숙여 칼질을 했다. 불우 이웃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자원봉사를 할 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재성씨의 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일정한 두께로 잘린 오이가 보기 좋게 놓여 다른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마 밑에 젖은 행주를 두고, 안전을 위해 칼날보다 칼등을 사용하는 것은 필수다.

●만져보고 냄새 맡아 미트볼 반죽하고 튀김

모든 재료는 다듬기 전에 한 번씩 만져 보고 냄새를 맡는 일이 먼저다. 미트볼에 들어가는 피망과 파프리카를 시각장애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표면이 두꺼운 게 파프리카, 얇은 게 피망이에요. 냄새 한번 맡아 보세요.” 강사 새해씨가 말했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파프리카에서는 달큰한 냄새가, 피망에서는 매운 향이 났다.

실습의 난코스는 잘 빚은 미트볼 반죽을 기름에 튀기는 일이다. 뜨겁게 달군 포도씨유 위에서 미트볼 반죽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고루 익혀야 하는 까닭에 수강생과 자원봉사자 모두 진땀을 뺐다. 교실에는 한순간 ‘지글지글’ 기름 끓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5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이거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모르겠어요.” “미트볼 표면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닦아 낸 뒤 손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미트볼을 찔러 보세요. 육즙이 나오면 아직 안 익은 거예요.” 다들 미트볼 ‘푹’ 쑤시기를 반복했다.

●“라면 말고도 요리하다니” 함박웃음

낮 12시, 2시간 만에 요리를 끝낸 수강생들은 흡족한 듯 시식을 했다. 새콤달콤한 소스의 미트볼이 인기 만점이었다. 두 딸을 둔 김인자(49·여·시각장애 2급)씨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지만 새로운 레시피는 겁이 나서 잘 시도하지 않게 된다”면서 “맛있는 요리를 배워 딸들에게 해 줄 생각을 하니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혜씨도 “달걀 프라이나 라면을 끓여 먹는 정도만 했는데 이젠 많은 요리들을 직접 해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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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윤수혁 서울시의원, 신당동 금호중학교 앞 횡단보도 신설…27일 오후 본격 개통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3-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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