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인터넷 청소”… 취임 하자마자 대선개입 지시

원세훈 “인터넷 청소”… 취임 하자마자 대선개입 지시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5-02-11 00:02
수정 2015-02-1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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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판결문서 드러난 여론 조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인터넷을 종북좌파 세력들이 점령했다.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은 2009년 3월 국정원장 취임 직후부터 야당을 포함한 야권을 종북좌파 연계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선과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도 직원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공개된 판결문에는 유죄 판단 근거가 된 국정원 내부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매일 아침 원장과 차장,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하는 ‘정무직 회의’와 일일 상황보고 형식의 ‘모닝브리핑’ 등의 내용을 정리해 내부 전산망에 게시했다. 말단 직원까지 원 전 원장의 ‘생각’과 ‘지시’를 따르고 이행하라는 뜻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치관여 또는 선거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발언들도 여러 차례 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10월 21일 인터넷이 종북좌파에 점령됐다고 전제한 뒤 “전 직원이 인터넷 자체를 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식이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좌파 대응)에 교육도 시켜야 한다.…그러니까 2번(야당) 찍자 뭐 이런 식으로 되어선 안 되지 않느냐”며 선거 개입을 촉구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 더욱 노골화했다. 2월 17일 회의에서는 “진짜 금년 한 해가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아주 중요한 한 해 아니냐”면서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가지고 어떻게 해(하)든지 간에 다시 정권을 잡으려 그러고.…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하면 강에 처박아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정원은 금년에 잘 못 싸우면 없어지는 거야”라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의 이러한 지시는 결국 4개 팀으로 구성된 ‘사이버 심리전단’ 요원들의 여론 조작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선전용 트위터 계정을 만든 뒤 연동 계정 등을 통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작성해 나르거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전파했다. 포털사이트 외에도 인기 블로그와 ‘오늘의유머’, ‘보배드림’, ‘뽐뿌’, ‘일간베스트’ 등 젊은 층에 영향력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문죄인’, ‘좌좀’(좌파좀비) 등 저급한 표현을 동원해 선동하는 한편 야권 후보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는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의 문제의식을 기본적으로 늘 고려해 사이버 활동이 펼쳐졌을 것”이라며 “결국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12일쯤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며 잠도 거의 못 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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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2-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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