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돈 떨어진 정형근…한번 쓴 체크카드에 덜미

지치고 돈 떨어진 정형근…한번 쓴 체크카드에 덜미

입력 2014-12-30 10:42
수정 2014-12-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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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들 체크카드 등 미리 압수수색 영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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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검거
’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검거 ’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정형근씨가 29일 오후 검거돼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인천 남부경찰서로 압송돼고 있다.
연합뉴스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뻔했던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의 피의자 정형근(55)씨가 도피 기간에 딱 한 번 체크카드를 썼다가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범행 후 현금만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그러나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쓴 아들 명의의 체크카드가 올가미가 됐다.

정씨는 지난 29일 오후 6시 44분께 서울시 중구 을지로 5가 훈련원공원 인근 편의점으로 갔다. 공원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마실 술을 사기 위해서였다.

지난 20일 밤 평소 알고 지내던 할머니 전모(71)씨를 살해한 뒤 도주 행각을 벌인 지 9일째 되는 날이었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신 정씨는 사실상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은신처를 마련하지 않고 거리를 방황했다. 그리고 술 친구를 찾았다.

인천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상경한 정씨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를 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검거에 애를 먹은 것도 정씨가 이동하면서 철저히 현금만 쓰고 주로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일용직 근로자였던 정씨는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정씨는 범행 후 여행가방에 시신을 담아 주택가에 유기했지만 전씨가 갖고 있던 버스카드와 현금 40여만 원에 손을 대지 않았다.

범행 후 경황이 없는 데다 장기간 도피 생활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하면서 혹시 몰라 정씨 아들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카드 사용 기록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에 통보되도록 조치했다.

정씨가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가 자금이 떨어지면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도주 9일째 아들 명의의 체크카드를 사용했다. 편의점에서 소주 1병과 막걸리 1병을 체크카드로 샀다.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주류를 구입한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자 즉각 해당 편의점 관할인 서울 중부경찰서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당직이었던 서울 중부서 강력2팀 형사들이 출동해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검거 당시 정씨 호주머니에 든 현금은 동전 200원이 전부였다.

경찰은 도피 기간 정씨가 아들을 만나 체크카드를 건네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30일 “정씨는 범행 후 휴대전화도 버리고 오직 현금만 사용해 추적이 어려웠다”며 “검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공조 수사 매뉴얼에 따라 서울 중부서에 연락해 체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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