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한순간 추락”…정화조도 안전 사각지대

“길 걷다 한순간 추락”…정화조도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14-11-24 10:30
수정 2014-11-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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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m 오물통 속에서 질식할뻔한 시민 소방관이 극적 구조

길을 걷던 시민이 한순간 정화조 아래로 추락해 질식사하기 직전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소방관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에 이어 정화조 추락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도심 곳곳에 숨은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서울 성동구청 등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오후 성동구 응봉교 확장공사장 인근을 지나던 이모(46·여)씨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덮인 검은색 뚜껑을 밟자마자 추락했다.

이씨가 떨어진 곳은 깊이 4.5m의 정화조였다.

이씨가 머리끝까지 잠겨 오물과 해충 등을 입과 코로 마시며 가라앉던 순간 마지막 남은 손가락 마디를 누군가 잡았다.

서울 광진소방서 김옥석(51) 지휘팀장이었다. 그는 비번인 토요일 오후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 사고 순간을 목격했다.

김 팀장은 자신의 두 발을 지상에서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물구나무서듯 정화조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 있던 시민들도 밧줄을 가져와 구령에 맞춰 이씨를 끌어올렸다.

김 팀장은 “앞서 가던 사람이 갑자기 땅속으로 푹 꺼지는 것을 보고 ‘이러다 3∼4초 안에 죽겠다’ 싶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구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이번 사고로 정화조가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문제의 정화조는 2007년 10월 준공된 것으로 환풍구와 마찬가지로 뚜껑이 무너지면 수 미터 아래 지하로 추락하게 된다. 사고 당시 정화조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펜스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관리주체 역시 서울시·성동구·시공업체 사이에서 명확지 않다.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장 근처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정화조는 소유주가 관리하는 민간 시설물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구청 역시 정화조 설치허가를 내주는 등 포괄적으로는 관리의 책임이 있지만 1년에 한 번씩 청소가 제대로 됐는지 살펴보는 게 전부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청소대행 업체가 청소 중 안전상 문제를 발견하면 구청에 알려주고, 구청이 그 결과를 시공사에 통보해서 시정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판교 환풍구 참사 후 뒤늦게라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풍구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했듯 정화조에 대한 관공서의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량진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를 겪고 나서 공사장뿐만 아니라 공사장 주변 도로 등 시설에 대한 안전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 파악한 정화조는 약 60만 개, 자치구별로 따지면 2만∼3만 개에 달한다”며 “500인 이상 사업장의 정화조는 구청에서 안전관리를 하도록 시가 지시하지만 개인 사업장 정화조까지 관리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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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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