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간부 아들이라고… 태권도 또 승부조작

협회 간부 아들이라고… 태권도 또 승부조작

입력 2014-10-31 00:00
수정 2014-10-31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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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계선수권 고등부 4강전… 부의장, 前전무 아들팀 승리 지시

“동작이 제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겨. 김 전무 아들이 뛴다고 이래도 되는 거야?”

지난해 7월 8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 태권도 선수권대회’에선 난데없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고등부 단체 품새시합 4강전에서 고교 연합 동아리인 A팀이 흠잡을 데 없는 동작을 선보이고도 몇 수 아래 기량을 보인 서울 B고교에 심판 전원 일치인 ‘0대5’로 패하자 A팀 코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B고교에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의 아들이 있는데 이 때문에 편파 판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코치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0일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가 주최한 장애인·비장애인 연합 태권도 대회에서 승부 조작을 지시한 협회 겨루기 담당 심판 부의장 김모(62)씨와 품새 담당 심판 부의장 전모(61)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부의장은 서울시협회 김모(45) 전 전무의 아들이 속한 B고가 이기도록 전씨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전무는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겨루기 대회에서 승부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최근 입건됐으며, 김 부의장과는 과거 서울시협회에서 함께 일해 잘 아는 사이다. 특히 김 전 전무가 개입했던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승부 조작 사건은 억울한 패배를 당한 선수의 아버지 전모(당시 4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태권도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과 두 달 만에 또 추악한 승부 조작을 저질렀다.

경찰은 당시 심판 5명을 불러 조사했고 이들 모두 범행을 시인했다. 심판 이모(45)씨는 경찰이 경기 영상을 틀어 주자 “무조건 부인하려고 했는데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판 서모(40)씨는 “기량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승부 조작 지시를 잊고 A팀 승리를 뜻하는 청기를 올리려다가 다른 심판들이 홍기를 드는 걸 보고 급히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전무의 승부 조작 개입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김 전무 아들의 팀이 이기도록 승부 조작을 지시했다”면서도 “스스로 판단해 지시한 것이며 김 전무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고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을 보내야 하는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승부 조작 사건이 계속 터진다”며 “전국 대회에서 승부를 조작해 메달을 따는 데 1000만~2000만원이 든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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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10-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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