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눈물 뒤 분열만 남았다

세월호 눈물 뒤 분열만 남았다

입력 2014-08-30 00:00
수정 2014-08-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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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행정 방관·사법 불신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린 29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천막이 즐비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숭례문 방면으로 200여m 떨어진 서울시의회 앞에도 이날 단식농성 천막이 들어섰다. 청와대 인근 부암동에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며칠째 진을 치고 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6일이나 지난 지금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의 풍경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치권은 합창하듯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여야가 따로 없었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300여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 간 참사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국민들은 지금 광화문광장에서 목도하고 있다. 국가적 참사에 대한 책임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한 여당과, 참사를 선거에 이용하다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발을 빼려 하는 야당에 유가족들은 분노와 절규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은 유가족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호통을 듣는 처지로 전락했다. 여야 간 협상은 ‘폐업’하고 유가족이 야당과 여당을 차례로 만나 협상하는 진풍경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전무후무한 치욕으로 기록될 만하다.

유가족이 검찰을 못 믿어 수사·기소권을 요구하는데도 검찰이 뼛속 깊이 반성한다는 얘기는 없고 온갖 낯뜨거운 추문만 들리는 것 역시 국민을 좌절케 한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장관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눈물을 흘리며 ‘국가 개조’를 약속했던 것도 지금은 허상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신설하기로 한 ‘국가안전처’의 명칭을 ‘국민안전처’로 바꾸기로 했다는 지난 28일 정부·여당의 발표는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참사 이후 4개월을 소비한 끝에 내놓은 방안이란 게 고작 기관 이름 한 글자를 바꾸기로 했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꿔 놓고도 참사를 당한 교훈은 원래부터 새기지 않은 모양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를 유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혁신이나 안전 등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공공의 문제로 만들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현실에서 기댈 리더십을 찾지 못한 국민들은 400여년 전 명량(鳴梁)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에게 의지해 좌절감을 달래고 있다. 천막들을 내려다보는 장군의 동상을 올려다보는 것마저 죄스러운 오늘이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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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4-0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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