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사과 못 받은 ‘역사의 고통’ 장학에 꽃피우고…

日사과 못 받은 ‘역사의 고통’ 장학에 꽃피우고…

입력 2014-01-27 00:00
수정 2014-01-2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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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황금자 할머니 하늘나라로… 생존 55명으로 줄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가 26일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황 할머니가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5명으로 줄었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3세 때 길을 가다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흥남의 한 유리 공장으로 끌려갔다. 3년 뒤에는 간도 지방으로 옮겨져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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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자 할머니 연합뉴스
황금자 할머니
연합뉴스
황 할머니는 광복 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평생을 홀로 살아왔다. 서울 강서구의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공병과 폐지를 주워 파는 여유롭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생활지원금은 쓰지 않고 전부 모았다. 정영숙 강서구청 여성정책팀장은 “할머니는 보일러를 켜지 않으면서 아낀 돈으로 장학금을 내놓으셨던 분”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황 할머니는 이렇게 모은 돈 1억원을 2006년과 2008년, 2010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장학금으로 강서구에 기탁했다. 이러한 기부를 높이 평가받아 2011년 7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황 할머니의 선행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사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당시 황 할머니는 사후 임차보증금, 은행예금 등을 포함한 재산 3000여만원을 재단법인 강서구 장학회에 기탁하기로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목동이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8일 강서구민장으로 치러진다. 사상 첫 구민장을 결정한 구는 노현송 구청장을 위원장으로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28일 오전 10시 구청 뒤뜰 주차장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파주 천주교삼각지성당 하늘묘원에 안장된다. 가족이 없는 할머니의 장례식 상주는 김정환 강서구청 장애인복지팀장이 맡았다. 김 팀장은 2002년 강서구 등촌3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할 때 할머니와 처음 인연을 맺어 양아들이 됐다. 그는 “할머니가 말을 잘 못 하실 때도 ‘일본이 사과했으면’이라는 말은 또박또박 하셨다”고 전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하루하루 시간과 싸우고 계시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정부는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속히 위안부 피해 문제가 해결돼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노년의 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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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4-01-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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