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나 희생된 대가가 고작 주차장입니까

6명이나 희생된 대가가 고작 주차장입니까

입력 2013-01-18 00:00
수정 2013-01-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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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4주기 앞두고 남일당 터 가보니

서울시 한강로2가 224-1번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2번 출입구에서 150m 정도 떨어진 이곳에는 4년 전만 해도 낡은 누런색 4층짜리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5만 3066㎡에 이르는 이 일대가 용산 재개발 4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건물 1층에는 남일당이란 상호의 금은방이 있었다. 위로는 사무실, 의원, 탁구장, 호프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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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용산 참사’로 남편을 잃은 유영숙씨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 앞에서 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09년 ‘용산 참사’로 남편을 잃은 유영숙씨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함께살자 농성촌’ 앞에서 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09년 1월 20일 통틀 무렵 이 건물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옥상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 40여명은 경찰 특공대원 10여명이 컨테이너박스를 타고 4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오자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경찰 진압 40분 만에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고 이내 옥상 전체로 번졌다. 결국 철거민 5명은 이날 검은 주검으로 내려왔다. 진압에 나섰던 경찰 특공대원 1명도 숨졌다. TV 뉴스 화면으로 생중계되며 국민의 마음을 시커멓게 태워버린 사건, 바로 ‘용산 참사’였다.

용산 참사 4주기를 앞둔 17일, 옛 남일당 건물 일대를 다시 찾았다. 4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5동이 들어설 예정이라던 용산 재개발 4구역은 현재 42층은커녕 1층짜리 건물도 지어지지 못한 상태다. 재개발이 중단돼 주차장과 공터로 변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이럴 거면 왜 성급하게 철거부터 했느냐”, “경찰이 사람 목숨 6명을 앗아가며 강제진압을 한 이유가 고작 주차장 하나 만들려고 그런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는 이유다.

텅빈 공터 주변에는 2m 높이의 철제 펜스가 둘러처져 있었다. 펜스에는 용산 참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안쪽에는 각목과 녹슨 철근 등 건축자재 잔해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나머지 공간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주차관리인 오모(60)씨는 “지난해 7월부터 재건축 조합에 위임받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주차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용산 재개발 4구역에 대해 “도심 속 페허”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주차장을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면서 “철거 예정이던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밀려나 결국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인근으로 이주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에 대출이자만 200만원을 내야 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가장 속상한 건 근처에서 고깃집을 15년간 운영하던 칠순의 어르신이 살고 싶다고, 대화하고 싶다고 남일당 망루에 올라갔다 돌아가신 거야. 재개발이 결정된 뒤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부터 무리하게 추진하더니 결국….” 갑자기 감정이 복받친 김씨가 말끝을 흐린다.

남일당 부지에서 용산 참사로 남편 양회성(당시 56세)씨를 잃은 김영덕(58)씨는 “지금까지도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거였다면 왜 그렇게 세입자들을 몰아세웠는지 모르겠다”면서 “주차장 운영도 용역 깡패들이 하는 것으로 안다. 현장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가슴을 쳤다.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자리에 왜 폐허 같은 주차장이 만들어진 걸까. 철거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이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사비 증액과 일반분양 수익 감소에 따른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 간 계약이 2011년 8월 해지됐다. 이후 조합에서 새로운 시공사 계약을 위해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현재까지 성사시키지 못했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정부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49세로 숨진 윤용헌씨의 아내 유영숙(52)씨는 “박근혜 당선인이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말하려면 용산 참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석기 전 경찰청장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사과하는 시늉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7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고 이성수(당시 51세)씨의 부인 권명숙(51)씨도 “바로 앞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당선인의 정부에는 기대할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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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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