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된 서울도서관…시민의식 ‘실종’

놀이터 된 서울도서관…시민의식 ‘실종’

입력 2013-01-16 00:00
수정 2013-01-16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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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용객 무질서…공간부족 겹쳐 불편

옛 서울시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지 약 3개월 된 서울도서관이 일부 이용객의 무질서와 좁은 공간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보육 사이트 등에는 “서울도서관에 갔는데 일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러 너무 시끄러웠다”, “책을 제자리에 놓지 않는 것은 물론 찢어가기까지 하더라”는 글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도서관은 실제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웠다.

계단을 쿵쿵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림책을 꺼내 큰 소리로 아이에게 읽어주는 엄마, 책을 10권 넘게 쌓아놓고 읽다 자리에 내팽개치고 가버리는 아이들까지. 나무바닥인 탓에 소음은 도서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러 온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들을 제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사서가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내보낼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지만 다시 무질서해지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천장 등 곳곳에 붙은 ‘쉿! 조용히, 사뿐사뿐’, ‘떠드는 사람, 뛰는 사람 퇴장’, ‘읽은 책은 제자리에, 제발 부탁합니다’ 등 알림판도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네에 없는 책을 찾으러 왔다는 대학원생 김상희(26ㆍ여)씨는 “1층이 어린이 열람실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너무 시끄러워 불편을 겪는다”며 “3·4층은 한산한데 1·2층이 특히 붐비니 2층에서 빌린 책을 3·4층에서도 볼 수 있게 해 이용객을 분산시키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서와 자원봉사자들은 그들대로 한숨을 쉬었다. 눈코 뜰 새 없이 어질러지는 책들을 정리하느라 아예 아이들 앞을 지키고 서있던 한 사서는 “스케이트장이 생긴 이후로 더 시끄러워졌다. 일부 시민은 이곳을 ‘책 읽는 공간’이라기보다 ‘쉼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는 더 붐비는데 한 아이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꽉 찬 통로를 뛰어다니다 계단에서 구른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고 전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6일 개관한 이래 이달 6일까지 도서 대출자는 모두 3만2천624명, 하루 평균 793명이 책을 빌려갔다. 6곳에 나뉜 자료실에 출입한 사람은 모두 109만1천277명, 하루 평균 1만4천779명이다.

이처럼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지만 그만큼 무질서 행위도 늘어 즐거운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기보다 어쩔 수 없이 온다는 시민도 늘고 있다.

실종된 시민의식과 더불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저층에만 이용객들이 밀집한 점, 대출 도서 상위 100권 가운데 90% 이상이 아동도서로 주 이용객이 일부 연령층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기존 도서관은 어린이실을 따로 분리했지만 여기는 함께 어우러져 독서하는 분위기라 그런 것 같다”며 “우리도 고민이 많은데 서로 배려하는 도서관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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