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든 물티슈·샴푸 여전히 유통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든 물티슈·샴푸 여전히 유통

입력 2013-01-08 00:00
수정 2013-01-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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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조경현 교수팀 사인 규명

2011년 유아와 임산부들을 잇달아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으로 추정돼 온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폐질환뿐 아니라 심장 대동맥 섬유화를 촉진하는 등 심각한 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사건 피해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나온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살균제에 대해서는 수거 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성분은 샴푸와 물티슈 등에 별다른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영남대 단백질연구소 조경현 교수 연구팀은 7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로 동물 및 세포 실험을 한 결과, 심혈관 급성 독성, 피부세포 노화 촉진 등과 같은 심각한 독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심혈관 독성학’ 최신호에 실렸다.

PHMG와 PGH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로 사용되는 구아디닌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피부 및 경구 독성이 다른 살균제의 5~10분의1에 불과하고 살균력이 뛰어나다. 특히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로 널리 쓰인다.

조 교수팀이 PHMG와 PGH를 희석해 사람의 피부세포에 처리하자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혈관 대식세포’가 심각하게 변형되거나 동맥경화가 유발됐다. 세포의 절반 정도는 사멸했고, 피부세포의 노화가 급격히 빨라졌다. PHMG를 0.3%의 농도로 희석한 물에 독성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제브라피시를 담그자 75분 만에 모두 죽었고, PGH에서는 65분 만에 전멸했다. 폐사한 제브라피시의 혈청 염증인자는 정상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간 조직에서도 심각한 지방간이 발견됐다. 심장 대동맥에서는 콜라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규모와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전기로 평가된다. 2001년 4월 서울시내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급성호흡부전 증상의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하면서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유아를 포함해 공식적으로만 10명의 사망자와 2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구체적인 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살균제 6종에 대한 수거명령만 내렸다. 조 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심혈관이나 간에 미치는 독성이 입증된 만큼 피해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PHMG와 PGH 사용기준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PHMG와 PGH는 샴푸, 살균용 스프레이 등에 첨가돼 유통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PGH는 국내에서는 유해물질로 등록조차 돼 있지 않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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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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