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 개정 자율권 줬더니 교장의 징벌권 대폭 강화

학칙 개정 자율권 줬더니 교장의 징벌권 대폭 강화

입력 2012-10-20 00:00
수정 2012-10-2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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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때 교육감 인가권 사라진 탓

올해부터 초·중·고교 학교규칙에 대한 학교장의 자율권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상당수 학교가 교장의 학생 징계 및 지도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학칙을 고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학칙을 고치거나 만들 때 반드시 내부 의견을 받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동의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19일 일선 학교 현장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가 학생 징계와 지도에 대한 학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서울 D초등학교는 지난달 학칙을 고쳐 ‘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이수·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 학교장이 내릴 수 있는 징계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정 이전에는 별도의 학교규정에 명시했던 징계의 종류를 학칙으로 격상시켰다.

서울 M초등학교는 학칙에 ‘징계 외의 지도’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학교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구두주의·격리·상담·특별과제 등의 방법으로 훈육·훈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교육상 필요한 때를 ‘수업에 방해를 주거나 행동이 바르지 못한 학생이 학급의 질서를 무너뜨릴 경우’로 규정했다.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도 새롭게 학칙에 추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지도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학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것은 올 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학칙 제·개정 이전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듣도록 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학교장의 징계 및 지도 권한이 강화되자 학부모와 일부 교육시민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M초등학교 학부모 김모(39·여)씨는 “교장의 눈 밖에 나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교장의 권한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교장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면서 “학칙 제·개정 시 전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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