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또 이사가?…눈물의 전세유랑 알고 보니

아빠, 또 이사가?…눈물의 전세유랑 알고 보니

입력 2012-09-29 00:00
수정 201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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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 관악구 남현동 → 경기 용인 포곡읍… 보증금 감당 못해 변두리로

‘서울 도심→변두리→수도권’으로 쫓겨나는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

많은 서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일자리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서울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이 몰려들면서 수도권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는 ‘풍선효과’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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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54·가명)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관악구 남현동을 거쳐 경기 용인 포곡읍으로 쫓겨난 ‘전세 유랑객’이다. 전셋값 폭등으로 5년 만에 무려 3차례나 내몰린 경우다. 1억 2000만원짜리 연립에 전세 살던 김씨는 지난달 집주인이 “보증금을 3000만원 올려주든지, 아니면 다른 세입자가 있으니 집을 비워 달라.”는 요구에 짐을 싸야 했다. 급한 대로 보증금이 싼 곳을 찾다가 보증금 1000만원을 줄여 포곡까지 떠밀려 갔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새벽 사무실 청소일을 하던 김씨의 아내는 도저히 시간을 맞추지 못해 이사한 지 일주일 만에 일감(월수입 60만원)을 놓아야 했다.

2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가구수는 2010년 8월 411만 5724가구에서 올해 8월에는 405만 4279가구로 줄었다. 2년 새 6만 1445가구(1.49%)가 서울을 떠났다. 특히 ‘강남 3구’의 가구 감소가 서울 전체 감소의 23.9%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22만 9204가구에서 22만 2678가구로 6526가구(2.84%)가 줄어 가구 감소율이 서울 평균의 2배에 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전세난으로 결혼을 하고도 분가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고, 전셋값 폭등 때문에 외곽으로 밀려난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세 유랑객이 늘면서 수도권 전셋값이 덩달아 오르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8년 2월 이후 이달까지 서울 전셋값은 28.23% 올랐다. 이 기간 경기 지역 전셋값도 27.31%나 뛰었다. 특히 하남(39.37%), 파주(28.15%), 성남(27.68%) 등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의 전셋값은 서울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주택 임대시장 환경도 서민에게 불리하게 변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수익성 높은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이 동났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이 싼 수도권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보증금을 빼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눌러앉는 경우도 많다. 집값 하락과 거래 중단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빼주지 못해 임대 기간을 연장해 주는 ‘역(逆)전세 현상’도 서민들의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전셋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경제 기반이 무너질 판”이라면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전세난을 막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류찬희 선임기자·김동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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