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석학들 “시조새 삭제 말라”

과학계 석학들 “시조새 삭제 말라”

입력 2012-09-06 00:00
수정 2012-09-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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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한림원, 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 발표

과학계 석학들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시조새 및 말의 진화 삭제 논란에 대해 “절대 삭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교과서 출판사들에 전달했다. 다만 서술 방법의 일부 과학적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보완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출판사들이 이를 수용할 뜻을 보여 지난해 12월 기독교계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의 청원으로 시작된 교과서 진화론 논란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5일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수정·보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과학교과서 감수 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요청에 따라 한림원이 결성한 전문가협의회가 마련했다. 한림원은 가이드라인에서 “진화론은 과학적 반증을 통해 정립된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으로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내용”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현 과학 교과서에 일부 오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황의욱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복잡한 진화론을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생략한 부분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시조새에 대해서는 “일부 과학 교과서가 시조새를 조류나 파충류에 가까운 유일한 중간종으로 오해하도록 서술하고 있다.”면서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주는 다양한 원조류의 화석이 존재하는 만큼 시조새 앞뒤로 어떤 종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보완해야 하지만 삭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말의 진화에 대해서는 일부 과학 교과서가 1926년에 나온 오래된 그림과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직선형으로 그려진 진화도를 관목형으로 대체해야 하며, 고래나 초기 양서류의 진화를 말의 진화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기초과학학회연합체 회장은 “오늘 7개 과학 교과서 출판팀 및 집필진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인정교과서로 ‘진화론’을 서술만 한다면 시조새나 말의 진화를 실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출판사의 선택이다. 이 때문에 관련 내용이 삭제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출판사들은 24일까지 인정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수정본을 제출하게 된다.

앞서 교진추는 지난해 12월과 올 3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조새와 말의 진화를 삭제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이 청원을 출판사들이 받아들인 사실이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생물학계가 청원 기각을 요구하는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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