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흉흉해서…” 다시 담장 치는 학교들

“세상이 흉흉해서…” 다시 담장 치는 학교들

입력 2012-08-28 00:00
수정 2012-08-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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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사건 후 불안 고조… 학교 개방·공원화 ‘스톱’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4)씨는 저녁마다 부인과 함께 집앞 초등학교를 거니는 게 낙이다. 특히 몇 년 전에 이 학교가 담장과 대문을 없애고 예쁜 화단을 조성하면서 철마다 바뀌는 꽃을 보는 재미까지 보태졌다. 그런 이 학교에서 며칠 전부터 공사가 한창이다. 대문을 다시 세우고 철조망이 학교를 빙 둘러 감싸기 시작했다.

이씨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담장과 정문을 허물었다 세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행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예산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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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모들… 하굣길 마중
불안한 부모들… 하굣길 마중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 교문 앞이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 825곳 공원화… 각 2억 투입

학교를 공원화해 지역사회에 개방하겠다며 2000년에 서울시가 도입한 ‘학교공원화 사업’이 역주행하고 있다. 시내 초등학교 곳곳에서 애써 허문 담과 대문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내 성폭력 등으로 흉흉해진 분위기가 원인이다.

27일 서울시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0년까지 공원화사업을 완료한 시내 초등학교는 825개교에 이른다. 한 학교당 평균 1억 8000만원이 투입됐다.

담장을 허무는 것은 물론 교정에 나무를 심고 화단을 가꿔 근린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성했다. 그러나 2010년 6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이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일명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은 학교 개방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학교공원화 사업이 범죄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와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연간 5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20개교, 올해 23개교가 예정돼 있다. 경찰청과 협의해 보안 취약지역 초등학교를 우선 선정했다. 시와 교육청은 최대한 취지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만든 화단이나 지역사회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막힌 담 대신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철조망을 설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年 5억 들여 복원사업

하지만 학교접근성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정문 앞에 수위실을 설치해 일과시간 이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일부 학교만 선별적으로 시설을 복원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학교 담장 복원사업에 선정된 전체 43개 초등학교 가운데에는 노원 10곳, 도봉 5곳 등 주로 강북지역 학교가 많이 포함됐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데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이 든다.”면서 “학생 안전이 문제라면 모든 학생들의 안전이 중요한데 일부 학교만 지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어 “학교공원화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사업을 강행해 놓고 이제 와서 되돌리는 바람에 시설 확충 등 다른 곳에 쓰일 예산이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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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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