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입력 2012-07-10 00:00
수정 2012-07-1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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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10곳 내외… 대부분 사설 치료실 전전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 초원이는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끝까지 완주해 낸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초원이의 삶은 어땠을까. 또 발달장애를 앓는 18만명의 또 다른 ‘초원이’들의 삶 역시 초원이처럼 행복할까. 불행히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발달장애인을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만들었다.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긴 마라톤 여정의 첫발인 셈이다. 이에 맞춰 서울신문은 발달장애인들의 현실과 문제, 대안 등을 엮은 기획시리즈를 상·중·하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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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시간에는 그룹 활동을 할 거예요.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6층 행동치료실에서 ABA(응용행동분석)유아교실이 열렸다. ABA유아교실은 자폐성 장애로 갓 판정받았거나 자폐 증세를 보이는 만 2~6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기초 학습과 문제 행동 수정 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장기치료 프로그램 많지 않아

이날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 등 5명의 아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활동이 진행됐다. 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둥그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선호(가명)야, 여기 보자. 이번엔 무슨 시간이지?” 아이들 사이에 함께 앉은 치료사가 같은 말을 서너번 반복하고 손을 아이의 눈앞에까지 가져가 딱 소리를 내는 시늉을 하자 그제서야 선호는 치료사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한명 한명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등 색깔이 제각각인 링 모양의 나뭇조각 네댓 개가 쥐어졌다. “색깔이 다 다르죠? 같은 색깔끼리 맞춰서 막대기에 꽂아 넣을 거예요. 예지(가명)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지는 일렬로 세워진 막대 5개를 한참 쳐다보다 가지고 있던 나뭇조각을 색깔별로 각기 다른 막대에 꽂아 넣었다. 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다른 한 아이는 나뭇조각만 계속 만지작거리는 등 5명의 아이들은 활동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물론 판단도 더뎠다. 하지만 “잘했어요. 대단하네요!” 하는 치료사들의 칭찬에 아이들은 싱글벙글했다. 이 모습을 치료실 옆 부모대기실에서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참 귀엽죠.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어린이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에서 행동치료를 받고 있는 이 아이들은 발달장애아 중에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아들에게 신속한 조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와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가입된 전문의는 370여명이나 이들 전문의가 모두 유아기 발달장애 조기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소아정신과 병원 중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발달장애 조기 치료 프로그램을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종합병원은 국립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10곳 내외에 그치며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치료실이 있다 해도 언어치료, 미술치료, 작업치료 등이 중심이며 발달장애아들이 보이는 자해나 공격 등 문제 행동 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거의 없다.

결국 부족한 의료기관의 역할을 사설 치료실과 장애인복지관이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은 지역과 시간대, 입소문 등을 고려해 괜찮다 싶은 치료실을 찾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리가 나는 치료실을 되는 대로 전전하고 있다.

●신청·등록 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들을 둔 안모(36·여)씨는 “위치와 가격, 시간이 적절한 치료실이나 복지관을 찾아 문의하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해야 한다.”면서 “비용은 조금 비싼 듯해도 입소문이 나지 않아 대기 시간이 짧은 치료실을 일단 다녀 보지만 정말 좋은 치료를 받아도 바로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치료실을 계속 다녀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남민 어린이병원장은 “발달 지연이 장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개입이 중요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꼭 받아야 하는 치료를 제때 받기 어렵다.”면서 “인프라를 확충하고 동시에 치료실 신청과 등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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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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