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詩 삭제…교과서 정치중립 기준은

도종환詩 삭제…교과서 정치중립 기준은

입력 2012-07-09 00:00
수정 2012-07-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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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도 논란…안철수 부분 처리 주목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을 뺄 것을 출판사에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평가원과 교육출판업계에 따르면 평가원은 지난달 26일 검정 심사를 받은 중학 국어 16종에 대한 수정ㆍ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유명 시인인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8종에 대해 작품 교체 등을 요청했다.

교과서에는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종례시간’, ‘여백’, ‘수제비’ 등 5편의 시와 2편의 산문 등 총 7편이 수록됐다. 담쟁이ㆍ수제비ㆍ종례시간 등은 2∼3개 교과서에 중복 게재됐다.

평가원은 “검정 규정에 따르면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 현역 정치인의 경우 수록을 배제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일반인 시절 찍은 영화 ‘완득이’의 사진이 수록된 교과서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수정ㆍ보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칙이라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다룬 교과서들에 대해서도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따라 조만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안 원장 경우 지난해 교과부가 강용석 의원의 요구에 따라 초중고 교과서를 확인한 결과 11권에서 언급됐으며 ‘진로와 직업’이나 ‘나의 꿈’을 다룬 내용에서 긍정적으로 서술됐다고 파악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의 기준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점이다.

평가원은 공정성의 원칙, 객관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 합의의 원칙 등을 토대로 교과서를 심사한다고 밝혔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육 내용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심사한다는 설명이다.

평가원의 초ㆍ중등학교 검정 교과용도서 검정기준에 있는 ‘교육의 중립성 유지’에도 ‘정치적ㆍ파당적ㆍ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거나, 특정 종교 교육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 내용이 있는가’라는 항목이 있다.

또 편찬상의 유의점으로는 ‘교육 내용은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교육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특정 정당, 종교, 인물, 인종, 상품, 기관 등을 선전하거나 비방해서는 아니되며’ 등의 내용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어과 교과서 집필기준은 이를 ‘공평성’으로 설명한다.

집필기준은 공평성의 원리 부분에서 ‘교과서의 내용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문학 세부기준에서 ‘작가들이 성별, 지역, 시대, 경향성 등의 측면에서 특정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작품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기준이 원론적 수준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정치적 중립성의 해석은 평가원이 구성한 ‘교과서 검정심의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심의회는 교수ㆍ교사가 15명씩,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교과부의 위탁을 받아 평가원장이 임명한다.

문학계와 일부 교육계도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도종환 시인이 부이사장을 지낸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는 9일 권고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날 ‘시인을 추방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고 “교과서에 실리게 될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며 “도종환 시인이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고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다해도 이런 치졸한 이유를 들어 추방하려 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시영 작가회의 이사장은 “김춘수 시인은 1980년대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당시 시인의 작품 ‘꽃’이 교과서에서 삭제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기준이 굉장히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국어교사 모임도 이날 성명에서 “도종환 시인의 글 어디에 정치적 편향이 나타나는지 묻고 싶다. 그의 작품은 삶의 치열한 고민을 담고 이웃과 사회에 대한 연민과 열망을 드러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이어 “특정 정당의 정치인을 떠나 문인으로서 올곧은 삶을 살아왔고 좋은 시로 사랑받던 시인에게 중립성을 얘기하는 평가원의 안목이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도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 실었던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심사가 진행 중인데 수정을 안 하기는 어렵다”며 “책에 수록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수정본에서는 다른 시인의 작품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비슷한 선례는 없었다. 원래 정치인의 작품이었다면 안 실었겠지만 도 시인의 경우 미묘한 측면이 있다”며 “안철수 교수의 경우도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교과서에 싣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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