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자살 20년간 3배↑… 학대·방임 심각

노인자살 20년간 3배↑… 학대·방임 심각

입력 2012-06-23 00:00
수정 2012-06-2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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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권보호 사회안전망 절실”… 65세 이상 53% 돈 없어서 병원 못가

서울에 사는 A(71)할머니는 미혼인 4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A할머니의 수입은 폐지 수집과 청소로 버는 월 30여만원과 노인연금 9만 4600원이 전부다. 아들은 허구한 날 욕설과 폭행을 일삼으며 그로부터 술값을 뜯어갔다. A할머니의 몸에는 피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 멍이 든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변의 신고로 A할머니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전문보호기관의 보호를 받게 됐다. 회사를 퇴직한 B(72)할아버지는 퇴직금 수천만원을 큰아들에게 사업자금으로 빌려줬다. 하지만 큰아들의 사업은 실패했고 돈을 갚을 생각도 없다.

B할아버지는 다른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자녀들은 “큰아들만 위하는 아버지를 왜 돕느냐.”며 등을 돌렸다.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70대 노인을 쓰겠다는 곳은 없었다. 결국 B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 부양은 자식 몫이란 인식부터 고쳐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노인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201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1.3%인 542만명. 5년 뒤에는 14%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빠른 고령화 속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인들이 늘면서 학대·방임도 함께 늘고 있다.”면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면서 “이는 기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52.9%가 “돈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평균수명 81세… 70세 이상 노인은 일할 곳 없어

방임과 학대도 심각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들에 의한 경제적 수탈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를 방어할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부모 부양을 개인의 책임에 맡기는 문화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방임과 학대가 이어지면서 자살사망자 중 노인 비율이 1989년 10.3%이던 것이 2008년에는 32.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도 문제였다. 현재 국내 평균수명은 81세이지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일할 곳은 거의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70세가 됐다고 아파트 경비에서 해고하는 사례도 신고됐다.”면서 “고령을 이유로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할 경우 경제적 문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인권은 사회복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100세 시대가 현실인 만큼 노동에서 노인을 소외시키지 않는 것과 동시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의료·주거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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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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