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피임약은 ‘병원 처방’으로 사후피임약은 ‘약국 판매’로…왜 바꿨나

사전피임약은 ‘병원 처방’으로 사후피임약은 ‘약국 판매’로…왜 바꿨나

입력 2012-06-08 00:00
수정 2012-06-0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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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막겠다! “복용기간 등 고려했다”…44년간 몰랐다? “사전피임약 왜 방치했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사전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사후 긴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맞바꾸기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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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식약청의 ‘사후 긴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데 반발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식약청의 ‘사후 긴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데 반발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사전·사후 피임약의 주요 성분은 호르몬이다. 사전 피임약은 21일간 먹고 7일간 복용을 중단하는 주기를 반복, 장기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후 긴급피임약은 성관계 뒤 72시간 이내에 한 차례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그만큼 적다는 게 식약청의 논리다.

또 사전 피임약은 오·남용하면 혈전증 정맥염·심근경색·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사전 피임약을 사용해 혈전증 정맥염을 경험한 여성은 10만명당 연간 20~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사후 피임약은 구역·구토·일시적인 생리주기 변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48시간 이내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외국의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일본·스위스 등 의약 선진 8개국은 모두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적잖다. 무엇보다 사전 피임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44년간이나 의사 처방 없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방치했다. 1960~70년대에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나눠 주기까지 했다. 식약청은 1985년부터 의약품 분류제가 도입됐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적어도 1985년 이후 사전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식약청은 계획은 사후 피임약으로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과 그에 따른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사후 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 가장 효과적인 피임법이라는 환상을 심어 줘 오히려 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후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15%에 달하는데도 피임 효과를 과신,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할 때 낙태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종교계는 생명윤리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사후 피임약은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사후 피임약의 구입이 쉬워지면 불륜이나 청소년의 성 문란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식약청은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청소년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사·약사 단체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피임약제 분류 관련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분류에, 대한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사후 긴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면 정상적인 피임률 향상이 더욱 어려워져 결국 낙태 예방정책의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사후 피임약에는 일반 피임약의 10~15배에 이르는 호르몬 성분이 들어가 오·남용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후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미국·영국·노르웨이·스웨덴·중국 등은 기대했던 낙태율은 줄지 않고 청소년의 임신과 성병 유병률만 높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은 50여년간 전 세계에서 사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고,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제는 용량을 줄여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면서 “사전 피임약은 복용에 관한 질문과 복약지도의 내용이 여성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으로, 여성의 성적 자주권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현재보다 의료비가 4.4~5.3배나 늘어나는 등 국민 부담도 가중된다.”고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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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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