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학교폭력 우편전수조사… 학생들도 ‘외면’

‘졸속’ 학교폭력 우편전수조사… 학생들도 ‘외면’

입력 2012-02-04 00:00
수정 2012-02-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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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 실태파악 한다더니… 아직 발송 못한 학교 상당수

서울 마포에 사는 학부모 안모씨는 2일 우편함에서 중학생인 딸의 학교에서 발송한 우편물 한 통을 발견했다. 가정통신문으로 생각하고 봉투를 뜯어 보니 A4 용지 한 장에 앞뒤로 인쇄된 ‘학교폭력 실태조사 설문지’가 들어 있었다. 안씨는 “딸에게 물어봤더니 ‘필요없는 것이니 버리라’고 해 버렸다.”면서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는 아직 우편물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 우편 전수조사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밀어붙인 탓이다.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고교 3학년생 558만여명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숨어 있는 학교폭력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제 조사는 교과부의 의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1월 말까지 우편 발송을 완료하고, 이달 10일까지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답신을 취합하겠다는 교과부의 계획은 애당초 실현이 어려운 발상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도 교사들이 회신용 봉투 작업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면서 “6일까지 발송을 완료해 16일까지 회신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도 서울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뒤늦게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끼어있는 상황에서 불과 며칠 만에 전수조사를 마칠 수 있다고 공언한 교과부의 계획 자체가 현장을 전혀 몰랐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정이 지연되면서 교과부가 전수조사를 서두른 이유도 무색해지고 있다. 당초 교과부는 “방학 중인 만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은 개학 이후에야 우편물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제보를 차단할 개연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전수조사의 기본 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설문 내용이 형식적이고 애매하다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도 문제다. 전수조사의 성공 여부는 회수율에 달려 있는데 설문 자체가 학생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군은 “결국 신고를 하라는 말인데, 여기에 쓸 정도면 벌써 어떤 형태로든 신고했을 것”이라며 “(설문 조사가)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도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동석 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전반적인 경향성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특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현장에서 교사들이 챙겨야 하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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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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