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보다 무서운 남대문시장 경비원들

조폭보다 무서운 남대문시장 경비원들

입력 2012-01-12 00:00
수정 2012-01-1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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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자릿세·청소비·손수레 강매 7년간 29억 갈취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보호해야 할 관리회사와 경비원들은 상인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었다. 자릿세를 뜯고 청소비도 강제로 물렸다. ‘비 올 때 쓰는 차양막을 왜 햇빛가리개로 쓰냐.’는 등 온갖 생트집을 잡아 정기적으로 금품을 챙기도 했다. 노점상연합회는 ‘부실’ 손수레를 강압적으로 떠넘겼다. 1000원에 점심을 때우는 영세 노점상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른바 ‘흡전귀’ 같은 존재들이었다. 폭언과 위협을 못 이긴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관리회사와 경비원, 노점상연합회 관계자 등 91명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행적으로 갈취하거나 강매한 금액은 무려 29억 4500만원에 달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남대문시장 상인들로부터 갖가지 명목으로 16억 8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은 관리회사 ㈜남대문시장의 경비원 김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대표이사 김모(74)씨 등 임직원 85명을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거리 개선사업을 빌미로 부실하게 제작된 노점 손수레 260대를 강제로 판 남대문시장 노점상연합회(다우리회) 회장 김모(54)씨 등 2명도 입건했다. 관리회사의 경비원 24명을 비롯해 임직원 65명, 노점상연합회 2명 등 모두 91명이 적발된 것이다. 피해 상인은 166명으로 파악됐다.

1954년 청소와 화재, 소비자 보호, 시장질서 유지 등 상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설립된 관리회사 임직원 등은 단체협상력을 가진 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상에게는 일체의 비용을 걷지 않았다. 영세 노점상만을 상대로 횡포를 부렸다. 경찰은 “매일 내는 수천원의 청소비를 아끼려고 빵과 우유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영세 노점상도 있었다.”면서 “점포를 빼라고 할까 겁나 항의조차 못 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85명 중 ㈜남대문시장 임원 47명은 2005년 1월부터 6년간 양말 노점상 이모(76)씨에게 “청소비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매일 4000원을 받아 챙겼다. 시계, 환전, 의료노점상 등 쓰레기 배출과 무관한 업종의 상인들도 봐주지 않았다. 환경미화과장 김모(55)씨는 부하 직원까지 동원해 상납 날짜를 지키라며 ‘조직폭력배’처럼 위협을 일삼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시장 내 음식물쓰레기 위탁처리업체 사장으로 일하던 이모(48)씨는 교통사고로 입원 중일 때에도 김씨의 집요한 빚 독촉 때문에 두 차례나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요구르트 배달원에게는 ‘공병이 나온다.’고 생트집을 잡아 매달 50만원씩 청소비를 뜯기도 했다.

경비원들은 관리회사로부터 받는 박봉 속에 개별적으로 상인들을 등쳤다. 한 퇴직 경비원은 구청 소유인 이면도로에 노점 3곳을 자기 구역이라고 점찍어 놓고 노점상에게 월 150만원에 세를 줘 임대소득을 올렸다. 도로를 사유화한 것이다. 경비원들은 ‘사장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노점상인에게 짐을 싸들고 뒷길에서 숨어 있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경비원 김모씨는 ‘보행을 방해한다.’며 통행세와 영업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8만원씩 392만원을 개인적으로 갈취했다. 노점상연합회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추진을 빌미로 “손수레를 구입하지 않으면 장사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신형 손수레를 120만~880만원에 구매토록 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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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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