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대표적 學僧 지관스님 입적

한국불교 대표적 學僧 지관스님 입적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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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 임종게 남겨

대한불교 조계종 32대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智冠) 스님이 2일 오후 7시 55분 서울 정릉동 경국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0세, 법랍 66세. 영결식은 8일 11시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거행되며, 장례격은 3일 결정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관스님은 지병인 천식과 투병하다가 상태가 악화해 이날 세상을 떠났다.지관스님은 폐 천식이 심해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수면 치료’를 받으며 지병을 돌봤지만, 고령이라 회복되지 않았다. 지관스님은 9월 입원 직전 원고지에 친필로 ‘사세(辭世)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스님은 임종게에서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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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입적한 지관(왼쪽)스님이 생전 종교 화합 차원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맨 앞줄 오른쪽) 추기경과 함께 서울가톨릭 복지회소속 국내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을 방문, 영아를 안은 채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일 입적한 지관(왼쪽)스님이 생전 종교 화합 차원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맨 앞줄 오른쪽) 추기경과 함께 서울가톨릭 복지회소속 국내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을 방문, 영아를 안은 채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생 불교 저서 편찬에 매진

19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였던 자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지관스님은 1953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1963년 경남대를 졸업하고서 1976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해인사 주지, 동국대 이사와 총장, 조계종 총무원장(2005-2009) 등을 역임했다. 지관스님은 조계종을 대표하는 학승(學僧)으로 꼽힌다.

지관스님은 퇴임 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자신의 호를 딴 가산(伽山)불교문화연구원에서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편찬작업에 매달렸다. 금석문(石文) 분야의 권위자였던 지관스님은 ‘가산불교대사림’ 이전에 ‘역대고승비문총서’(전7권)를 편찬했으며, 한국불교학연구자 100인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불교문화사상사’ 등을 펴내는 등 종단을 대표했던 학승다운 면모를 보여왔다. 그가 1974년 펴낸 ‘한국불교소의경전연구’도 한국불교학 자료의 서지적 기원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1991년 동국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 한국불교학연구를 통한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사재를 털어 창경궁 근처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다. 개원 후 연구원 10여 명과 함께 편찬 작업에 매진한 스님은 바쁜 일정에도 머물던 정릉 경국사에서 승용차 없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출퇴근하는 등 솔선수범하며 배움과 가르침의 길을 걸었다. 그가 평생 매달렸던 가산불교대사림은 현재 13권까지 편찬됐다.

조계종 원로의원이던 지관스님은 2005년 제32대 총무원장에 취임했으며, ‘원로’답게 종단의 안정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서 4년 임기를 마치자 평화롭게 종권을 이양했다. 그는 총무원장 재임 시 조계종의 소의경전(근본경전)인 ‘금강경’을 표준화했으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완공 등 조계사 성역화,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했다.

고인은 조계종단에서 최연소 강사(28세), 최연소 본사(해인사) 주지(38세), 최초 비구 대학총장(1986년·동국대)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2001년)에 서훈되고 조계종 포교대상(2001년), 만해대상 학술부문상(2005년) 등을 수상했다. 이 밖에 종단교육공로표창(1969년), 서울시 정의사회구현 표창(1982년) 등 수상경력이 있다.

●故 노대통령 비명·만장 작성

한편, 지관스님은 지난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건립된 ‘아주 작은 비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비명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사용된 만장을 직접 쓰기도 했다. 반면 같은 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화된 국론분열을 수습하고자 7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자 참석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고, 2008년 7월에는 경찰이 조계종 경내에서 지관스님이 탄 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한 것과 관련,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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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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